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설을 조사하는 민간조사단이 4일 2차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원전 부지 내에서 방사능 물질이 누설된 것을 확인했지만 외부 유출은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2019년 4월 월성3호기 내부 맨홀 고인물에서 리터(L) 당 최대 71만3000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검출됐고, 2019년 5월에는 월성2호기 인근 관측정(지하수 오염을 감시하기 위해 파놓은 우물)에서 삼중수소가 리터당 2만8200 베크렐이 검출됐다. 지난해 초부터 월성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관련 문제가 제기되면서 원안위는 작년 2월 민간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1호기 폐연료 저장 수조에서 누수
민간조사단은 먼저 월성 1~4호기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이 담긴 저장 수조를 조사한 결과, 1호기의 1997년 보수 부위에서 누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1호기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 벽체의 누설가능성을 고려해 차수 기능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중수소는 일반 수소보다 원자핵 무게가 3배 무거운 물질이다. 자연에서는 우주에서 오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宇宙線)과 대기 물질의 상호 작용으로 생성된다. 원전 삼중수소 관리 기준은 리터당 4만 베크렐이다. 1베크렐은 1초에 방사선이 하나 나오는 양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원전에서 외부로 물을 배출할 때 적용되지, 부지 내부에 고인 물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맨홀에 고인 물을 바로 회수해 리터당 13베크렐로 희석하고 배출했다고 밝혔다.
◇1호기 폐수 탱크에서도 누설 확인
조사단은 월성1호기 폐수지 저장탱크에서도 누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폐수지 저장탱크는 방사능에 노출된 부품이나 물을 저장하는 곳이다. 저장탱크 하부에는 누설수의 흐름을 유도하는 공간이 설치돼 있고, 누설 시 누설탐지관을 통해 집수조로 모이는 구조다. 집수조에서 높은 농도의 방사능 물질이 확인돼 저장 탱크에서 누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저장탱크 인근을 지나는 빗물 통로에서도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와 토양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누설수가 집수조나 배수관을 통해 지하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호기 인근 우물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높게 나온 것은 1호기 폐수지 저장탱크의 누설수 때문으로 조사단은 판단하고 있다. 우물에 인접한 빗물배관에서 오염수가 누설되면서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2만8200 베크렐까지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9년 5월 이후에는 지하수 배출 유로를 변경해 종합폐수처리장을 통해 배출기준에 만족하도록 처리 후 배출하고 있으며, 유로 변경 이후 현재 우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평균 리터당 2148베크렐로 낮은 값을 보이고 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문제될 정도 삼중수소 외부 유출은 없어
조사단은 월성3호기의 고인물의 삼중수소는 공기 중의 삼중수소가 녹아든 것인지 여부도 실험했다. 고인물이 발견된 당시의 같은 위치와 환경에서 실험수를 5개월간 놓고 분석했다. 조사단은 “평균 농도가 리터당 7.1 베크렐의 공기에 장기간 노출된 고인 물 1톤(t)은 수중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71.3만 베크렐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안위 관계자는 “월성 원전은 중수로 방식이라 다른 원전보다 공기 중 삼중수소 농도가 높을 수는 있지만, 장기간 물이 고여있는 이유를 찾아야한다”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삼중수소가 외부에 문제가 될 정도로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조사결과 지하수를 통한 부지 외부로의 유의미한 삼중수소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앞으로 사용후핵연료저장조 구조체의 내부 균열로 인한 철근 부식상태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폐수지 저장탱크의 누설 경로를 확인하고, 다른 관측정에서의 높은 삼중수소 원인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