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대 연구진은 죽은 지 5시간이 지난 눈에서 망막세포들이 생전처럼 빛에 반응해 정보를 주고받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죽은 눈을 되살린 것이다./Pixabay

과학자들이 죽은 지 5시간이 지난 사람의 눈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가 발전하면 실명(失明)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유타대의 프란스 빈버그 교수와 스크립스 연구소의 안네 하네켄 박사 공동 연구진은 “사후 기증받은 눈의 망막을 되살려 신경세포들이 생전처럼 서로 정보를 주고받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했다.

사람이 죽어도 눈은 최장 5시간까지 빛에 반응을 한다. 하지만 눈 안쪽 망막에서 빛에 반응하는 광수용체 세포들은 다른 세포와 정보를 주고받지 못한다. 빛을 봐도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망막 세포들이 사후에 신호를 주고받지 못하는 것은 산소 부족 때문임을 알아냈다. 이번에는 사망한 사람에게서 눈을 적출한 다음 산소와 영양분을 제공했다. 망막에 빛을 비추자 황반의 광수용체에서 생전과 같은 전기신호가 나타났다. 황반은 망막에서 시신경세포가 밀집된 곳으로 이곳에서 뇌로 시각정보가 전달된다.

사후 기증받은 눈에서 망막의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면 실명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이식해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노인성 황반 변성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신약 실험에 주로 쓰는 쥐는 눈에 황반이 없어 황반 변성 치료제 연구에서 한계가 있다. 빈버그 교수는 “사후 기증받은 눈에서 황반을 되살려 실험을 할 수 있다면 질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