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없이 오미크론을 앓고 생기는 자연면역은 다른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나중에 다른 변이 바이러스까지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글래드스톤 연구소의 멜라니 오트,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연구진은 “생쥐와 사람 혈액으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감염 후 면역반응을 비교한 결과, 오미크론 감염은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밝혔다.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오미크론을 앓았던 사람도 여전히 재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지속적인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다우드나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이다.
◇오미크론 감염은 수퍼면역 주지 않아
지난해 말부터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가 급속히 퍼지자 감염 증상이 약하다고 백신 대신 자연면역을 택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왔다. 약하게 한 번 앓고 나면 코로나에 면역력이 생기는데 굳이 백신을 맞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결과는 이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코로나 감염으로 생기는 자연면역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생쥐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일주일 뒤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생쥐는 각각 중국 우한에서 처음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와 이후 나온 알파, 베타, 델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실험 결과 오미크론에 감염된 쥐는 몸에서 항체가 오미크론 변이에만 중화 효능을 보였다. 항체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달라붙어 세포 침투를 막은 것이다. 오미크론 감염이 모든 코로나를 이겨낼 이른바 ‘수퍼 면역’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델타 변이에 감염된 생쥐는 우한에서 처음 나온 오리지널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해 알파, 베타, 델타 변이 바이러스 모두에 중화 효능을 보였다. 오미크론 변이에도 일정 정도 중화항체가 작동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감염 후 9일 뒤에도 결과는 같았다.
◇백신 접종은 광범위한 면역력 제공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백신을 맞지 않고 오미크론에 걸렸다 나은 사람 10명의 혈액을 분석했다. 생쥐와 마찬가지로 오미크론 감염으로 생긴 자연면역은 오직 오미크론에만 효과가 있었다. 이와 달리 백신을 맞은 뒤에 오미크론이나 델타 변이에 돌파감염된 사람들은 모든 코로나 변이에 대해 중화항체가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결국 오미크론 자연면역은 불충분한 면역력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다. 멜라니 오트 교수는 “백신을 맞지 않고 오미크론에 걸리는 것은 백신 주사를 1회만 맞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라며 “코로나에 대해 면역력을 조금 보이기는 하나 효과가 광범위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백신 접종자의 돌파감염은 기존의 면역력을 증강시켜 모든 변이를 막아낼 수 있는 ‘혼합 면역(hybrid immunity)’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연구진도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에 백신을 맞은 뒤 코로나에 돌파감염 되거나, 코로나를 앓고 나서 백신 주사를 맞으면 백신만 접종했을 때보다 면역력이 10배 이상 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는 오미크론 변이 등장 전에 이뤄졌으나, 자연 감염과 백신 접종이 결합해 나타나는 혼합 면역 효과는 오미크론 변이에도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 네이처 논문은 이를 입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