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가 사라지기도 전에 원숭이 두창(痘瘡)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 감염병이 해외에서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처럼 대유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이전과 다른 예외적인 감염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공중보건부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캐나다를 다녀온 한 남성이 원숭이 두창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영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고 유럽으로 퍼지기 시작한 원숭이 두창이 미국까지 상륙한 것이다.
◇영국서 시작해 유럽, 미국 환자 발생
원숭이 두창(Monkeypox)은 사람이 걸리는 두창(천연두)과 비슷하지만 증상이 더 약한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이다.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 열대우림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간혹 사람에게도 감염되는데, 1970년 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첫 환자가 발견됐다. 이름과 달리 숙주 동물은 주로 설치류 같은 작은 동물이다.
원숭이 두창은 이전에도 여러 나라에서 발생했다. 주로 아프리카에서 집단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는 영국과 유럽, 북미에서 환자가 잇따라 나와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모리츠 크래머 교수와 미국 하버드 의대의 존 브라운스타인 교수가 만든 환자 발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일 현재 34명이 원숭이 두창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심 환자는 46명이다.
환자는 영국과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이탈리아, 벨기에, 캐나다. 미국에서 나왔다. 하지만 크래머 교수와 브라운스타인 교수는 외신에 “지금까지 확인된 환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현재 확인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역 감염 시작됐다는 주장도
영국 공중보건안전청은 첫 확진자는 영국에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사람이지만 나머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세 명은 한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역 감염이 시작된 것이라고 추정한다.
사람에게 퍼진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는 설치류가 주요 숙주이다. 2003년 미국에서 발생한 원숭이 두창도 초원에 사는 설치류인 프레리 도그를 통해 사람에 퍼졌다. 사람 간 감염은 밀접촉 상태에서 침방울이나 고름을 통해 이뤄진다. 공기를 통한 감염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특이하게 가장 최근 발생한 영국 환자들은 남성끼리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에이즈처럼 성교로 감염되기보다 장시간 피부 접촉이 원인일 것으로 본다.
영국 공중보건안전청의 수석자문의사인 수전 홉킨스 박사는 “원숭이 두창이 이제 여러 나라에서 사람 간에 퍼지고 있다”며 “지역 감염으로 퍼질 수 있다는 처음 우려가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천연두 치료제로 치료 가능
원숭이 두창에 걸리면 고열과 함께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고 임파선염, 피로 증상이 동반된다. 반점에 이어 물집과 딱지가 생긴다. 원숭이 두창은 천연두 치료제인 항바이러스 약품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백신도 나와 있다. 덴마크 바바리안 노르딕은 천연두, 원숭이 두창 백신인 ‘임바넥스’를 개발했다.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보통 수 주 내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소 증세가 경미한 서아프리카형은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이 약 1%, 중증 진행 확률이 높은 콩고분지형은 10%다. 최근 유럽에서 발견된 원숭이 두창은 서아프리카형으로 파악됐다.
WHO는 증상이 약해 병원에 오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보고 감염자의 실제 치사율은 훨씬 낮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WHO에 따르면 어린이가 성인보다 더 증상이 심하다. 임신 여성이 감염되면 사산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