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으로 수송할 보잉의 스타라이너(왼쪽)와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NASA

우주택시에도 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에 이어 보잉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우주인을 수송할 유인(有人) 우주선 개발에 성공했다. 보잉의 우주선 스타라이너(starliner)가 연말 우주인 탑승 시험까지 마치면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과 함께 미국 우주택시의 쌍두마차가 될 전망이다.

우주정거장 도킹하고 해치 개방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 21일 오전 9시 28분(이하 한국 시각) 보잉의 ‘CST-100 스타라이너’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의 하모니 모듈에 도킹했다고 밝혔다. 스타라이너는 보잉이 우주인 수송용으로 개발했다. 최대 7명이 탑승할 수 있다.

앞서 스타라이너는 20일 오전 7시 54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사의 아틀라스5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우주선은 발사 31분 뒤 추력기를 가동해 목표 궤도에 진입했다. 2019년 12월 첫 비행 시험은 목표 궤도에 오르지 못해 실패했다.

그래픽=김하경

도킹은 추력기 일부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예정보다 1시간 18분 늦었다. 스타라이너는 그 사이 우주정거장과 10m 거리를 두고 똑같이 시속 약 2만8000㎞로 비행하며 도킹을 기다렸다. 하루 뒤인 22일 1시 4분 나사 우주인들이 스타라이너의 해치(문)를 열고 들어가 지구에서 보낸 화물을 옮겼다.

이번 스타라이너의 비행은 무인 시험이어서 우주인들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나사 우주인들은 대신 스타라이너에서 마네킹 ‘로켓조종사 로지(Rosie the Rocketeer)’를 만났다. 마네킹 이름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 정부의 여성 공장 취업 홍보 포스터에 나온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를 모방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 중인 나사 우주인인 로버트 하인스(등진 사람)와 키엘 린드그렌이 보잉의 스타라이너로 들어가 조종석에 앉아 있는 ‘로켓조종사 로지(파란색 우주복)’를 만났다./NASA

러시아 협력 단절에도 대비 가능

스타라이너는 25일 우주정거장을 떠나 지구로 귀환한다. 스페이스X의 드래건과 마찬가지로 지구로 귀환할 때 낙하산을 펼치고 속도를 줄여 착륙한다. 착륙 장소는 다르다. 크루 드래건은 플로리다 앞바다에 내리지만, 스타라이너는 뉴멕시코의 사막으로 온다. 바닷물이라는 완충 장치가 없는 만큼 스타라이너는 에어백도 사용한다.

스타라이너가 연말 우주인 2명이 탑승하는 시험에도 성공하면 스페이스X에 이어 두 번째로 유인우주선을 운용하는 민간 업체가 된다. 나사는 2011년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키고 3년 뒤 스페이스X, 보잉과 각각 26억달러, 42억달러 규모의 우주인 수송 계약을 맺었다.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은 2020년 5월 처음으로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에 보내는 데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다섯 차례 우주인 수송 임무를 수행했다.

나사는 우주왕복선 퇴역 후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으로 우주인을 수송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세계와 러시아의 우주 협력이 단절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페이스X만으로는 안정적 수송이 불안한 상황에서 스타라이너가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나사에 여유가 생겼다. 나사는 스페이스X와 보잉에 각각 매년 한 차례 우주인 수송을 맡길 계획이다.

20일 오전 7시54분(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보잉의 ‘CST-100 스타라이너’ 우주선이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사의 아틀라스5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NASA/Hoel Kowsky

경제성은 아직 스페이스X에 뒤져

보잉은 이번 시험 성공으로 스페이스X에 2년 넘게 뒤처진 기술 격차를 극복했다. 하지만 당장 보잉이 스페이스X와 대등한 경쟁 체제를 이루기는 어렵다. 나사는 우주인 한 명 수송에 크루 드래건은 5800만달러가 들지만 스타라이너는 9000만달러로 더 비싸다고 분석했다. 크루 드래건을 이용하는 팰컨9 재사용 로켓이 스타라이너를 싣는 아틀라스5 로켓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신 보잉은 스타라이너가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보잉은 국제우주정거장 퇴역에 대비해 우주기업인 시에라 네바다, 블루 오리진과 함께 ‘오비탈 리프(Orbital reef)’라는 새 우주정거장을 추진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의 재사용 로켓을 이용하면 스타라이너의 발사 비용도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