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 생산량 늘린 유전자 교정 토마토(왼쪽)와 일반 토마토. 외형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존 인스 센터

토마토가 비타민 D 보충제를 대체할 길이 열렸다. 영국 존 인스 센터의 캐시 마틴 교수 연구진은 2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식물’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비타민 D가 잎과 과육에 대량 축적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로 토마토에서 비타민 D가 될 전구물질을 콜레스테롤로 바꾸는 유전자 기능을 차단했다. 이후 토마토에 자외선을 비추자 잎과 과육에 비타민D가 축적됐다.

연구진은 이런 토마토 하나에 들어있는 비타민 D 양은 계란 두 알이나 참치 28g에 맞먹는다고 밝혔다. 하루 토마토 두 개면 비타민D 결핍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 D는 햇빛을 받으면 인체에서도 만들어지지만 햇빛이 약한 고위도 지역에서는 충분히 합성되지 않는다. 전 세계 10억명이 비타민 D 결핍 상태로 분석된다.

특히 비타민 D 토마토는 채식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비타민 D는 대부분 양털 지방으로 만든다. 이끼에서 추출한 비타민 D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토마토라면 채식에도 문제가 없다.

마틴 교수는 “비타민 D가 부족한 사람뿐 아니라 농민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토마토 잎에도 비타민D가 풍부해 예전처럼 버리지 않고 비타만 D 보충제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 교정은 토마토의 성장이나 생산량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유전자 가위로 비타민 D를 대량 합성하도록 만든 토마토. 2개면 비타민 D 결핍을 해결할 수 있다./존 인스 센터

연구진은 앞으로 야외 재배 시험을 통해 실제로 토마토의 비타민 D 전구물질이 햇빛을 받고 비타민 D로 잘 바뀌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이번에는 실험실에서 햇빛 대신 자외선 조명을 비췄다. 연구진은 재배 허가까지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영국 로템스테드 연구소의 조너선 나피에 박사는 네이처에 “지식재산권이나 규제 등의 문제에 발목이 잡혀 상용화까지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비타민 A가 풍부한 이른바 황금 쌀이 1990년대 개발됐지만 지난해에야 필리핀에서 처음 재배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유전자를 바꾼 토마토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유전자 변형 작물(GMO)은 다른 종의 유전자를 삽입한 것이지만 유전자 교정은 같은 종 안에서 유전자를 수선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전통적 육종 기간을 단축했을 뿐이란 것이다.

마틴 교수는 “교배를 통한 육종법으로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차단하려면 10년은 걸린다”며 “유전자 가위로 1년 반 만에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