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코로나 탐지견이 깔때기를 통해 체취를 맡는 모습. 개가 유전자 검사만큼 정확하게 코로나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NOSAÏS TEAM

개가 코로나 감염자를 유전자 검사만큼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무증상 감염자는 유전자 검사보다 이틀 더 빨리 찾아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항이나 콘서트 현장에서 복잡한 검사 없이도 의료 탐지견이 코로나 감염자를 선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 알포흐 국립수의대의 도미니크 그랑장 교수 연구진은 2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코로나 환자의 체취를 분별하도록 훈련받은 개가 나중에 후각을 통해 코로나 감염자를 97%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밝혔다.

나중에 코와 입에 면봉을 넣어 시료를 채취하고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335명 중 109명이 코로나 감염자로 확진됐다. 탐지견은 증상이 나타난 감염자 78명은 96% 정확도로 가려냈으며, 무증상 감염자 31명은 100% 찾아냈다.

공연장, 공항서 감염자 신속 선별

이번 연구는 프랑스 소방청과 아랍에미리트(UAE) 내무부에서 코로나 감지 훈련을 받은 개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개들이 코로나 감염자의 체취를 감별하면 보상으로 테니스공 같은 장난감을 줬다. 개들이 코로나 감염자 선별을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다. 훈련 기간은 3~6주였다.

훈련을 받은 탐지견은 깔대기에 코를 대고 335명이 겨드랑이나 목의 땀을 닦은 천이나 사용하던 마스크의 냄새를 맡았다. 미국 플로리대 국제대의 법의학자인 케니스 푸톤 교수는 “이번 결과는 개들이 신체 여러 곳의 체취로 코로나를 가려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의료 탐지견이 코로나 방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개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곳에서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다. 그랑장 교수는 “이번 결과는 공항이나 콘서트 현장 같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코에 면봉을 집어넣지 않고도 개가 효과적으로 코로나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음을 보였다”고 밝혔다.

속도도 장점이다. 유전자 검사나 가정에서 하는 신속항원검사는 수십분에서 몇 시간씩 걸리지만 개는 수 초안에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는 오히려 유전자 검사보다 더 빨리 찾아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개가 유전자 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기 48시간 전에도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플로스 원

체취 변화 통해 코로나 감지하는 듯

코로나 탐지에 개가 투입된 것은 뛰어난 후각 덕분이다. 개는 품종에 따라 사람보다 후각이 1000~1만배 뛰어나다. 개는 후각 수용체 단백질이 3억개로 사람의 500만~600만개를 압도한다. 수용체 단백질은 미로 형태의 얇은 뼈 표면에 붙어 있는데, 표면적도 개가 150~170㎠로 사람(5~10㎠)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냄새 분자와 후각 수용체가 더 잘 반응한다. 또 뇌 크기는 사람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냄새 처리 영역은 3배나 크다.

하지만 개들이 어떻게 체취로 코로나 감염자를 가려낼 수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수의대의 신시아 오토 교수는 “개는 단일 화학물질이 아니라 어떤 체취의 증감 형태로 코로나를 감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오토 교수는 지난해 4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탐지견이 소변과 타액 시료의 냄새를 맡고 코로나 감염자를 96%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밝혔다.

의료 탐지견의 능력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2015년 이탈리아 연구진은 독일 셰퍼드 두 마리가 전립선암 환자의 시료를 98%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발표했다. 파킨슨병과 유방암, 당뇨병 진단에도 개를 실험하고 있다. 영국 더럼대 연구진은 2018년 탐지견이 아프리카 감비아 어린이들이 신은 양말 냄새를 맡고 말라리아 감염자는 70% 정확도로, 비감염자는 90%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발표했다.

핀란드, 레바논 공항에서는 이미 의료 탐지견들이 코로나 감염자 선별에 투입됐다.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은 지난달 16일 ‘영국의사협회저널(BMJ) 글로벌 헬스’에 실제 공항에서 의료 탐지견이 유전자 검사에 필적하는 코로나 선별 능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탐지견 4마리는 공항 입국자 303명의 체취를 맡고 코로나 감염자 3명을 가려냈다. 입국자들은 유전자 검사도 받았는데 탐지견의 체취 검사 결과와 98% 일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나라에서 방역 당국이나 의료계가 코로나 검사에 개를 활용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랑장 교수는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뉴스에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마약, 폭발물 탐지견이 가방을 검사하는 모습을 볼 것”이라며 “비행기를 탈 때는 개를 믿으면서 코로나 검사는 왜 믿지 못하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