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이번에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온 것이 아니라 이미 수년 동안 아프리카 밖에서 인간 사회에 퍼져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에딘버러대의 앤드루 람바우트 교수 연구진은 지난 5일(현지 시각) 바이러스 유전자 공유사이트(virology.org)에 “지난달부터 전 세계에 퍼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최근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온 것이 아니라 이미 2017년 인간에게 감염된 종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항바이러스 효소가 돌연변이 유발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6일 영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지난 6일까지 전 세계 27국에서 900명 이상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200명 이상이 영국에서 나왔다. 1970년 원숭이두창 환자가 처음 발견된 이래 아프리카 밖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연구진은 최근 포르투갈과 벨기에, 미국, 호주, 독일에서 발생한 원숭이두창 환자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앞서 2017년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나이지리아, 영국에서 소규모로 발생한 원숭이두창 환자에서 나온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최근 전 세계로 퍼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을 이루는 염기 47개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연구진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1년에 한 개 정도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매우 높은 돌연변이 발생 건수라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유전물질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는 RNA를 갖고 있어 계속 변이가 나왔지만 원숭이두창은 유전물질이 변이가 덜한 DNA이다.
변이 47개 중 42개는 DNA를 이루는 염기 중 구아닌(G)이 아데닌(A)으로 바뀌었거나 시토신(C)이 티민(T)으로 대체된 형태였다. 이런 변이는 모두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인체 효소 단백질 APOBEC3에 대응하는 종류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즉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2017년 이후 인체에 침투해 스스로 복제하는 과정에서 면역체계와 싸우면서 새로운 돌연변이를 얻었다는 말이다.
◇치명률 1%의 서아프리카형 퍼져
원숭이두창은 사람이 걸리는 천연두와 비슷하지만 증상이 약한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이다. 고열과 함께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고 온몸에 수포가 발생한다. 1958년 실험실의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첫 환자는 1970년 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소 증세가 경미한 서아프리카형은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이 약 1%, 중증 진행 확률이 높은 콩고분지형은 10%다. 유전자 분석 결과 최근 유럽에서 발견된 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형으로 파악됐다.
원숭이두창 환자가 유럽 각지에서 나오자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 미국 과학자들이 잇따라 환자 몸에 있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해독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포르투갈 국립보건연구소는 포르투갈 환자에서 채취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2018~2019년 나이지리아 여행객들에서 나온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와 유사했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의 분석 결과도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