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지 한 세기도 더 지났다고 생각한 갈라파고스 거북이 여전히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다른 거북의 배설물 흔적도 있어 추가 발견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영국 뉴캐슬대의 에블린 옌센 교수와 미국 프린스턴대의 스티븐 가우란 박사 공동 연구진은 10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갈라파고스 제도의 페르난디나 섬에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 ‘페르난디나 자이언트 거북(Chelonoidis phantasticus)’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16년만에 다시 찾은 거북
페르난디나 자이언트 거북은 1906년 수컷 한 마리가 관찰된 이래 발견되지 않아 이미 멸종한 것으로 추정됐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거북들은 19세기 인간의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특히 페르난디나 자이언트 거북은 용암 분출이 잦은 페르난디나 섬에 살아 멸종이 더 빨랐다고 여겼다.
‘페르난다’로 명명된 이번 암컷 거북은 2019년 갈라파고스 제도 맨 서쪽의 페르난디나섬에서 발견됐다. 112년 전 자취를 감춘 페르난디나 자이언트 거북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으나 등딱지 무늬가 박물관에 보관된 마지막 수컷과 달라 100%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갈라파고스 보존협회는 암컷 거북의 혈액을 채취해 당시 예일대의 가우란 박사에게 분석을 맡겼다. 그 결과 1906년 페르난디나섬에서 발견된 수컷의 뼈와 암컷의 혈액 유전자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암컷의 유전자는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다른 거북 13종과는 다른 특징을 보였다고 밝혔다.
◇추가 탐사로 수컷 찾아 증식 추진
갈라파고스 보존협회와 국립공원 측은 이번 유전자 분석 결과에 대해 “암컷 거북이 ‘고독한 조지(Lonesome George)’의 운명에 처하는 것은 막고 싶다”고 밝혔다.
고독한 조지는 갈라파고스 핀타 섬에 마지막으로 남은 핀타 자이언트 거북이었다. 전문가들의 종 복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번식에 실패해 2012년 홀로 세상을 떠났다.
연구진은 조지와 달리 페르난다는 짝을 찾을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암컷을 발견한 페르난디나 섬 화산 근처에서 다른 거북의 배설물이 포착된 것이다.
갈라파고스 보존협회와 국립공원 측은 오는 9월 페르난디나 섬에서 거북을 찾는 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같은 종의 수컷을 찾으면 페르난다와 교배를 통해 페르난디나 자이언트 거북이 멸종의 고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