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1~3단 조립이 진행됐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첫 국산 우주발사체인 누리호가 오는 15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지난해 10월 첫 발사는 위성모사체(가짜 위성)를 목표궤도인 700㎞ 상공에 진입시키지 못해 실패했다. 이번 재도전에 성공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로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

전날 발사장 일대 비 예보에 긴장 상태

누리호는 고흥 우주센터에서 오는 15일 발사 4시간 전부터 연료가 주입된다. 당일 기상 조건이 만족하면 오후 4시 발사돼 고도 59㎞에서 1단 로켓이 분리된다. 2단 로켓은 고도 258㎞까지 올라가며, 이후 3단 로켓이 점화돼 고도 700㎞ 상공에서 탑재된 위성을 내려놓는다. 누리호는 발사부터 최종 위성 분리되기까지 967초 정도 걸릴 예정이다.

누리호 2차 발사과정./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를 이틀 앞둔 13일 현재 누리호는 1~3단 로켓의 조립을 모두 마치고 발사대로의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변수는 비다. 기상청은 13일 오후부터 14일 오전까지 제주와 전남, 경남에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누리호 자체는 절대 비가 새지 않지만 발사체를 발사대까지 이송하거나 발사대에서 검사하는 작업에는 비가 지장을 줄 수 있다. 장영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발사체체계개발부장은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발사체를 발사장으로 옮길 때 바닥이 젖어 있으면 비탈길에서 미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당초 13일 저녁 비행시험위원회에서 누리호를 발사대로 이송할지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날 기상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므로 현 상황에서는 누리호 이송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우연은 14일 이른 아침에 기상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한 후 비행시험위원회를 다시 열고 예정대로 누리호 이송이 가능한 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비로 15일 발사가 연기되면 16~23일 1주일이 발사 예비일로 잡혀 있다.

누리호 2차 발사과정. 발사 897초 후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하고 967초에 가짜위성을 분리한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가 발사대로 이송되면 15일 발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작년 1차 발사 당시 외신들은 “한국이 첫 발사 시험에서 한 걸음 부족했지만 자력 위성 발사국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누리호는 지난해 1차 발사에서 1단 로켓의 엔진 4개를 한 치 오차 없이 동시에 작동시키는 클러스터링과 로켓 고공 점화 등 핵심 기술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다만 3단의 산화제 탱크 안 헬륨 탱크가 진동에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산화제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엔진이 예상보다 빨리 꺼졌다.

항우연은 이번에 헬륨 탱크를 산화제 탱크 안에 단단히 고정하는 보강 작업을 진행했다 장영순 부장은 “산화제 탱크 하부 구조를 보강하느라 무게가 9kg 늘었지만 살계 마진(여유) 이내라 문제가 없다”며 “3단이 궤도 오차 5% 인 35㎞(지상 665∼735㎞) 안에 들어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누리호가 우주공간에 진입시킬 성능검증위성./한국항공우주연구원

독자 우주탐사 위한 위성기술도 검증

누리호는 2010년부터 12년간 1조9572억원을 들여 개발됐다.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자국에서 자국 로켓으로 위성을 발사랄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 러시아 로켓을 이용해 위성을 발사했으나 각국의 상황이나 국제 정세에 따라 여의치 못한 경우도 있었다. 국산 우주로켓이 있으면 민감한 군사용 위성도 기술 유출 우려 없어 발사할 수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1차 발사와 달리 한국 위성 기술을 검증하는 목적도 갖고 있다. 1차 발사 당시 무게 1.5톤의 가짜위성이 실렸지만 이번에는 1.3톤 무게의 가짜 위성 위에 성능검증용 위성과 국내 대학들이 개발한 초소형 큐브위성 4기도 실린다. 안상일 항우연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 책임연구원은 “성능검증위성이 발사 42분23초 후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처음 교신하면 위성이 정상 궤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고흥 나로우주센터 위성준비동에서 연구진이 성능검증위성을 누리호에 탑재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가짜위성 위에 붙은 성능검증위성은 국내 위성제조업체인 AP위성이 개발했다. 임무는 국내 대학들이 개발한 큐브위성을 우주공간으로 사출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30년대로 예정된 국산 달착륙선을 위해 개발한 원자력전지 등 3가지 우주기술을 2년 동안 검증한다.

가로세로높이가 각 10㎝인 큐브위성은 처음에 교육용으로 개발됐으나 최근 전자기술의 발달로 과거 상용위성이 하는 임무까지 맡고 있다. 국내 대학들은 정육면체의 큐브위성 기본 단위를 여러 개 붙여 지상 촬영과 미세먼지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성능검증위성은 오는23일부터 29일까지 이틀 간격으로 조선대,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의 큐브샛을 순차적으로 사출한다.

장영순 항우연 부장은 “매번 발사 때마다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여러 번 조립하고 발사를 수행하며 경험이 쌓이고, 조립과 시험 과정에서도 점점 문제가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