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는 여성이 이끌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기간 우주탐사에서 대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남성보다 여성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공대의 잉가 포포바이테 박사 연구진은 최근 우주탐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악타 아스트로노티카’에 “모의 화성 탐사대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임무 지향적 지도자로 적합하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대원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성 사령관은 대원간 협력 더 잘 이끌어
지구의 모든 직장에서 남녀 차별이 금기시되고 있지만 우주는 예외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67번 원정대가 갔지만 여성이 사령관을 맡은 경우는 세 번에 불과하다. 마지막 2021년 여성 사령관은 단 11일 임무를 맡았다. 포포바이테 박사는 향후 화성 탐사 같은 장기 우주탐사에는 그와 다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미국 유타주에서 비영리기구인 화성학회가 진행한 ‘화성 사막 연구기지(Mars Desert Research Station, MDRS)’ 실험에서 사령관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화성 지형과 흡사한 유타주 사막에 모의 우주기지를 짓고 미래 화성 탐사를 실험했다.
포포바이테 박사는 2009~2016년 모의 화성 기지에서 나온 사령관 보고서 824건의 문장을 분석했다. 277건은 여성 사령관이 작성했고 541건은 남성 사령관이 썼다. 이 시기 여성 사령관은 27명, 남성 사령관은 49명 배출됐다.
연구진은 보고서에 나오는 단어의 감정 형태와 사용 빈도를 분삭한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나타냈다고 밝혔다. 부정적 감정을 보이는 단어는 남성보다 적게 사용했다.
또 그전까지 남성 사령관이 더 임무 지향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남녀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보다 여성 사령관은 임무 지향적 행동을 하면서도 대원들과 논의를 많이 하고 협력과 동기, 긍정적 환경을 더 강조했다. 반면 남성 사령관은 단체 정신과 충성심, 성취에 더 집중했다. 세 번째로 여성 사령관은 남성보다 일과에 대해 얘기할 때 전문용어를 덜 썼다.
◇SF드라마에서도 여성 우주사령관 등장
포포바이테 박사는 “전통적으로 남성 지도자는 더 임무 지향적이고 여성 지도자는 사교적인 지도자로 간주됐지만 이번 연구에서 남녀 모두 임무 완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차이는 여성이 더 자주 긍정적인 협력 메시지로 대원들을 격려한다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우주 탐사에서 여성의 역할이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인 크리스티나 코크와 제시카 메이어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상 최초로 여성만 참가한 우주유영을 성공시켰다. 미국이 50년 만에 재개한 달 유인 탐사에도 여성 우주인이 참여할 계획이다.
특히 10~20년 내 화성 유인 탐사가 이뤄지면 여성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성이 뛰어나 대원간의 갈등이 유발되기 쉬운 장기 우주탐사에 유리하다는 예측과도 일치한다. 포포바이테 박사는 “장기 우주탐사는 오랜 고립과 자원 부족 상태에서 대원 간 다툼이 임무 성공을 망칠 수 있다”며 “이런 극한 상황에서 여성적 지도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SF) 드라마에서는 이미 여성 우주 사령관이 등장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NGC)이 2016년 방영한 과학(SF)TV 시리즈 ‘마스(Mars)’에는 한국계 아티스트 김지혜씨가 출연했는데, 화성 탐사대를 이끄는 준 승과 지구의 통신요원 하나 승 쌍둥이를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그전까지 SF영화나 드라마에는 주로 남성 우주인이 지도자로 나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준 승은 화성기지에서 다양한 배경의 우주인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보였다. 장차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한국 여성 우주인이 새로운 우주시대를 이끌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