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021년 10월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첫 국산 우주발사체인 누리호가 16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지난해 10월 첫 발사는 위성모사체(가짜 위성)를 목표궤도인 700㎞ 상공에 진입시키지 못해 실패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1차 실패를 부른 산화제 탱크 내부 구조를 보강해 이번에는 무사히 궤도 진입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누리호가 재도전에 성공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로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

누리호 2차 발사과정./한국항공우주연구원

①엔진 4기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

누리호는 15일 오전 7시 20분부터 수평 상태를 유지하며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나와 발사대로 이동했다. 연료 주입은 16일 발사 4시간 전부터 시작된다. 당일 기상 조건이 만족하면 오후 4시 발사돼 최종 위성 분리되기까지 967초 정도 걸릴 예정이다.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다섯 가지 고비가 있다. 가장 먼저 1단 로켓에 엔진 여러 기를 한 다발로 묶는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다. 누리호에 처음 시도된 기술이다.

2013년 발사한 나로호는 1단에 추력(推力, 밀어 올리는 힘) 170t인 액체연료 엔진 하나를 장착했다. 나로호 1단은 러시아가 개발했다. 누리호는 이와 달리 1단에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75t 엔진 4개를 달아 총 300t의 추력을 확보했다. 2단에는 1단과 동일한 75t 엔진 하나가 들어가고 3단에는 7t 액체엔진이 장착된다.

클러스터링은 하나의 엔진을 1단과 2단에 모두 쓴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높은 기술이다. 일종의 범용 부품인 셈이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엔진 9개를 클러스터링했으며, 달과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릴 팰컨 헤비는 무려 27개가 들어간다.

여러 엔진들이 한 몸처럼 작동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은 이미 작년 첫 발사에서 1차 검증을 받았다. 발사 카운트다운 직전 1단 엔진들이 연소하기 시작해 추력이 300t에 이르면 이륙한다. 이때가 바로 카운트다운 0초가 된다.

발사 897초 후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하고 967초에 가짜위성을 분리한다./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②나로호 실패 부른 페어링 분리

누리호는 고도 59㎞에서 1단 로켓을 분리한다. 이후 로켓 끝에 원뿔형으로 달린 페어링이 양쪽으로 쪼개지듯 분리된다. 위성은 그 안에 보관돼 있다. 페어링 분리는 순간적으로 강력한 전류를 흘려 화약을 폭파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맞지 않거나 폭발력이 부족하면 실패하기 쉽다. 2009년 나로호 첫 발사가 실패한 것도 페어링 분리가 안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 난관도 역시 누리호 1차 발사에서 무사히 통과했다.

③위성 궤도 진입 위한 초속 7.5㎞

세 번째 난관은 위성 분리이다. 누리호는 발사 897초 뒤 고도 700㎞에서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하고 이어 967초 시점에 위성모사체(가짜위성)를 궤도에 진입시킨다. 작년 1차 실험에서 임무가 실패한 것도 이 과정이어서 가장 관심이 주목된다.

누리호는 1차 발사에서 3단의 산화제 탱크 안 헬륨 탱크가 진동에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엔진이 예상보다 빨리 꺼졌다. 로켓이 위성을 초속 7.5㎞로 밀어줘야 지구 중력에 끌려가지 않고 궤도를 돌 수 있는데 당시 산화제 공급이 부족해 궤도 진입 속도가 초속 6.7㎞에 그쳤다.

항우연은 이번에 헬륨 탱크를 산화제 탱크 안에 단단히 고정하는 보강 작업을 진행했다 장영순 발사체체계개발부장은 지난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산화제 탱크 하부 구조를 보강하느라 무게가 9kg 늘었지만 살계 마진(여유) 이내라 문제가 없다”며 “3단이 궤도 오차 5% 인 35㎞(지상 665∼735㎞) 안에 들어오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고흥 나로우주센터 위성준비동에서 연구진이 성능검증위성을 누리호에 탑재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④위성 교신 성공해야 임무 성공

누리호는 2010년부터 12년간 1조9572억원을 들여 개발됐다.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자국에서 자국 로켓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 러시아 로켓을 이용해 위성을 발사했으나 각국의 상황이나 국제 정세에 따라 여의치 못한 경우도 있었다. 국산 우주로켓이 있으면 민감한 군사용 위성도 기술 유출 우려 없어 발사할 수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1차 발사와 달리 한국 위성 기술을 검증하는 목적도 갖고 있다. 1차 발사 당시 무게 1.5톤의 가짜위성이 실렸지만 이번에는 1.3톤 무게의 가짜 위성 위에 성능검증용 위성과 국내 대학들이 개발한 초소형 큐브위성 4기도 실린다. 안상일 항우연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 책임연구원은 “성능검증위성이 발사 42분23초 후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처음 교신하면 위성이 정상 궤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 번째 고비를 넘어 임무 성공을 확인하는 순간이 된다.

가짜위성 위에 붙은 성능검증위성은 국내 위성제조업체인 AP위성이 개발했다. 임무는 국내 대학들이 개발한 큐브위성을 우주공간으로 사출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30년대로 예정된 국산 달착륙선을 위해 개발한 원자력전지 등 3가지 우주기술을 2년 동안 검증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로봇팔이 나노랙의 큐브샛을 사출하는 모습./NASA

⑤꼬마 위성의 우주진입이 백미

마지막 난관은 꼬마 위성의 우주 진입이다. 누리호와는 별개지만 이번 발사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단계이다. 성능검증위성은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이틀 간격으로 조선대,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의 큐브샛을 순차적으로 사출한다.

가로세로높이가 각 10㎝인 큐브위성은 처음에 교육용으로 개발됐으나 최근 전자기술의 발달로 과거 상용위성이 하는 임무까지 맡고 있다. 국내 대학들은 정육면체의 큐브위성 기본 단위를 여러 개 붙여 지상 촬영과 미세먼지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큐브 위성 사출 기술은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기술을 확보하면 로켓 발사 한 번에 다양한 위성들을 우주에 보낼 수 있다.

장영순 항우연 부장은 “매번 발사 때마다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여러 번 조립하고 발사를 수행하며 경험이 쌓이고, 조립과 시험 과정에서도 점점 문제가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누리호가 우주공간에 진입시킬 성능검증위성./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