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일 달에 착륙한 창어5호. 붉은색 지역은 창어5호가 토양시료를 채취한 곳이고 파란색 표시 지점은 카메라로 찍은 부분이다./Nature Communications

중국이 달에서 가져온 토양 시료에서 물의 흔적이 발견됐다.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가져온 토양처럼 태양풍이 만든 물뿐 아니라 달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된 물도 나와 앞으로 달 탐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15일 “창어5호 착륙선이 달에서 가져온 토양, 암석 시료에서 달 고유의 물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착륙지점 온도 높아 물 양은 적어

창어5호는 2020년 12월 1일 달 앞면의 서쪽 현무암 지대인 ‘폭풍의 바다(Oceanus Procellarum)’에 착륙했다. 이곳에서 토양과 암석 시료를 채취한 뒤 12월 17일 내몽골 사막으로 귀환했다.

달 토양 시료에서는 수산기(OH)가 30ppm(1ppm은 100만 중의 1) 농도로 검출됐다. 수산기는 산소와 수소 원자가 각각 하나씩 있는 물질로 산소 원자 하나와 만나 물이 된다. 물이 다른 물질과 반응할 때도 수산기가 나온다. 논문 대표저자인 중국 국립천문대의 리 춘라이 박사는 “연기가 불이 난 걸 알려주듯 수산기는 물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창어5호가 가져온 달 토양의 물은 지구는 물론, 다른 달 토양과 비교해도 적은 양이다. 연구진은 창어5호가 달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시간에 토양을 채취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온도가 섭씨 93도로 달이 가장 메말라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착륙 지점이 지구 자기장에 태양풍이 차단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태양풍은 태양에서 오는 고에너지 입자 흐름이다. 그 안에 있는 수소는 달 표면의 산소 원자와 만나 물을 만든다.

2020년 12월 1일 달에 착륙한 창어5호. 당시 채취한 시료에서 물을 구성하는 수산기 신호(왼쪽 그래프에서 움푹 꺼진 부분)를 찾았다. 달의 물은 인회석(apatite)에서 가장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오른쪽 원 안)./CNSA

태양과 무관한 달 고유의 물 흔적 찾아

리 춘라이 박사는 “사상 최초로 달에서 가져온 시료를 실험실에서 분석한 결과와 달 현장에서 분석한 결과를 합쳐 물의 존재와 형태, 양을 확인했다”며 “이번 결과는 앞으로 원격 탐사 정보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데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어5호는 자체 광물 질량분석기로 달 암석과 토양 시료 11개에서 물의 흔적을 찾았다. 지난해 지구 실험실에서 시료 8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5번의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산기가 확인됐다. 현장 조사와 추가 분석에서 모두 물이 확인될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추가로 창어5호가 달에서 가져온 시료에 담긴 물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규명했다. 분석 결과 달 시료에서 나온 수산기 일부는 1971년 미국 아폴로 우주선이 채집한 시료처럼 태양풍과 달 표면의 반응으로 생긴 유리성분 물질에 들어있었다. 하지만 태양풍이 만든 물은 전체의 3분의 1에 그쳤다.

나머지는 인 성분의 광물 결정인 인회석에 들어있었다. 인회석에는 수산기가 179ppm까지 검출됐다. 인회석은 지구처럼 달에서도 발견되는 천연 광물이다.

리 박사는 “창어5호가 가져온 시료의 수산기 대부분은 달 내부에 고유한 물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 물은 나중에 달 현무암 마그마의 형성과 결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달 고유의 물을 연구하면 달 자체의 형성과 진화뿐 아니라 태양계 형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한 달의 물은 장차 달 유인 탐사에서 소중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중국은 앞으로 창어 6호와 7호를 달에 보내 추가 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