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0일 다시 발사대에 섰다. 지난 15일 발사대에 세워졌다가 센서 오작동 문제로 내려진 후 문제가 된 부품을 교체하고, 5일 만에 돌아온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두 차례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연료 주입과 최종 발사 시각을 결정한다. 기상 조건이 만족하면 21일 오후 4시 발사된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자력으로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누리호 발사부터 위성 분리까지 예정된 시간은 967초.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다섯 가지 기술적인 고비가 있다. 다섯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한국은 위성 자력 발사국 대열에 발을 들일 수 있다.
◇엔진 클러스터링 첫 시도
누리호 발사에 주목해야 할 첫 관전 포인트는 1단 로켓에 엔진 여러 기를 한 다발로 묶는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다. 누리호에 처음 시도된 기술이다. 2013년 발사한 나로호는 러시아가 개발한 1단 로켓에 추력(推力·밀어 올리는 힘) 170t인 액체연료 엔진 하나를 장착했다. 이번에 발사하는 누리호는 1단에 독자 개발한 75t 엔진 4개로 총 300t의 추력을 낸다. 발사 카운트다운 직전 1단 엔진 4기가 한 몸처럼 작동해 추력이 300t에 이르면 이륙한다. 이때가 바로 카운트다운 0초가 된다.
두 번째 난관은 1단 로켓 분리 후 고도 191㎞에서 이뤄지는 페어링(위성보호 덮개) 분리다. 로켓 끝에 원뿔형으로 달린 페어링이 양쪽으로 쪼개지듯 분리되고 그 안에 있는 위성이 노출된다. 페어링 분리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맞지 않거나 폭발력이 부족하면 실패로 이어진다. 2009년 나로호 첫 발사가 실패한 것도 페어링 분리가 안 됐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고비는 위성 분리다. 작년 10월 1차 발사 시험에서는 3단의 산화제 탱크 안 헬륨 탱크가 진동으로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엔진이 예상보다 빨리 꺼졌다. 이로 인해 위성모사체(가짜 위성)를 목표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다. 장영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발사체체계개발부장은 “헬륨 탱크를 산화제 탱크 안에 단단히 고정하는 보강 작업으로 무게가 9㎏ 늘었지만 문제없다”고 말했다.
◇국산 우주기술과 꼬마위성도 검증
누리호 1차 발사 때는 1.5t 가짜 위성이 실렸지만 이번엔 1.3t짜리 가짜 위성에다 성능 검증용 위성이 함께 실린다. 성능 검증용 위성엔 원자력전지 등 시험용 국산 우주 부품 3가지와 조선대·카이스트·서울대·연세대가 각각 제작한 초소형 큐브위성(꼬마 위성) 4기가 장착됐다. 안상일 항우연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 책임연구원은 “발사 42분 23초 후 성능 검증 위성이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처음 교신하면 위성이 정상 궤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가 네 번째 고비다.
최종 고비이자 백미는 꼬마 위성들의 우주 진입이다. 성능 검증 위성은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이틀 간격으로 큐브위성 4기를 차례로 내보낸다. 우리나라가 이 기술을 확보하면 로켓 발사 한 번에 다수의 큐브 위성들을 우주에 보낼 수 있다.
◇강풍, 센서 이상으로 두 차례 연기
항우연은 애초 누리호 발사일을 15일로 정하고 16~23일을 예비일로 잡았다. 하지만 강풍으로 발사일을 16일로 연기했다가 다시 누리호 1단에서 산화제 양을 재는 레벨 센서에서 오류가 발견돼 발사를 취소했다. 영하 183도로 충전되는 산화제는 연료의 연소에 필요한 물질이다.
항우연은 센서 오작동이 레벨 센서의 전기부 부품에서 비롯됐음을 밝혀내고 부품을 교체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센서 자체를 교체하려면 로켓 1, 2단을 분리하고 산화제 탱크 뚜껑까지 분해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일부 부품에만 문제가 있어서 작업이 빨리 끝났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20일 오후 8시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발사 준비 작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항우연은 “21일 기상상황도 발사 조건을 만족시킬 것으로 분석됐다”며 “비가 내릴 가능성과 비행 궤적의 낙뢰 가능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