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쳐도 바위에 단단하게 달라붙는 홍합을 모방해 흉터까지 치료하는 의료용 접착제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공학과의 차형준 교수와 한국화학연구원 김효정 박사 연구진은 “홍합 접착 단백질을 이용해서 두 가지 약물이 담긴 피부 이식용 의료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홍합의 접착력을 주목했다. 홍합은 바위에 붙을 때 실 모양 ‘족사(足絲)’를 내뿜는다. 그 주성분이 접착 단백질이다. 지름 2㎜ 족사 하나에 12.5㎏짜리 물건을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접착력이 강하다.
연구진은 흉터 치료 약물인 알란토인과 표피 생장 인자를 액상 홍합 접착 단백질에 담았다. 이 의료 접착제를 바르면 상처 재생 단계에 따라 두 가지 약물이 차례대로 방출되며 피부가 재생된다. 차 교수는 “약물을 액체에 녹여 인체에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며 “액체 형태는 제품화하기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동물 실험 결과 이번 의료 접착제는 기존 피부 이식술에 사용됐던 봉합 실보다 상처 부위를 더 효과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식 환부의 모낭 손실이 극히 적고 콜라겐과 주요 피부 인자가 효과적으로 되살아났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차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의료 접착제를 피부 이식술에 사용해 흉터를 최소화하고 피부 재생을 촉진할 수 있다”며 “조직 재생이 필요한 다양한 환부의 이식 수술에도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