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가야인의 뼈와 치아에서 나온 DNA로 복원한 남녀의 몽타주. 현대 한국인과 상당히 닮은 모습이다./UNIT

삼국시대 한반도 남쪽에 살던 사람들은 오늘날 한국인과 상당히 닮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삼국시대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립한 시기였던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T) 바이오메디컬공학과의 박종화 교수 연구진은 22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삼국시대 한반도인의 게놈(유전체)을 최초로 분석한 결과 고대 한국인에는 큰 틀에서 최소 2개의 유전자 집단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게놈 정보를 활용한 몽타주를 예측한 결과 삼국시대 한반도인은 외모 상 현대 한국인과 상당히 닮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현대 한국인의 정체성이 확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국시대 고대인의 게놈을 최초로 분석해 빅 데이터를 마련한 연구”라며 “한국인의 기원과 단일화 과정을 면밀히 살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고대 한반도의 두 유전자 그룹 확인

이번 연구는 UNIST 게놈센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서울대학교, 게놈연구재단, 오스트리아 빈대학, ㈜클리노믹스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가야에 해당하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유하리 패총 두 곳에서 출토돼 박물관에 보관 중인 서기 300~500년 유골을 분석했다. 고대인 22명에서 나온 뼈와 치아 시료 27개에서 유전정보가 담긴 DNA를 추출해 해독했다. 그 중 8명에 해당하는 고품질 게놈 정보를 확인했다.

삼국시대 가야지역(김해) 대성동과 유하리 패총 한국인 인골 발견 장소. 유하리 패총은 5살 안팎의 어린 여자아이 무덤이다./자료=UNIST

분석 결과 고대인 8명 중 6명은 오늘날 한국인과 신석기시대(기원전 8000년~기원전 1500년) 한국인, 고훈시대(古墳時代, 서기 3~7세기) 일본인과 유전적으로 가깝게 나타났다. 반면 2명은 상대적으로 오늘날 일본인과 조몬시대(縄文時代, 기원전 1만년~기원전 300년) 일본인과 가까웠다.

박종화 교수는 “삼국시대 한반도 인구집단의 다양성이 지금보다 더 컸고, 큰 틀에서 최소 2개의 유전자 집단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게 보면 대륙에서 확장된 유전자 집단과 아시아 전역에 흩어져 있다가 한반도 남부 섬과 일본에만 남은 유전자 집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대륙에서 벼농사로 인구가 급증한 집단과 달리 조몬인은 수렵이나 조 농사를 하다가 티벳 고원이나 동남아시아, 한반도 섬지역과 일본에 고립됐다”며 “삼국시대 가야인에도 이런 조몬인의 흔적이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정보에 기반해 인공지능이 복원한 삼국시대 한국인 8명의 몽타주./UNIST

인공지능으로 가야인 몽타주 만들어

연구진은 DNA에서 외형을 결정짓는 유전자 부위 160개를 골라 인공지능으로 가야인의 얼굴을 복원했다. 가야인은 갈색 눈과 검고 굵은 직모를 가져 현대 한국인과 비슷한 외형을 보였다. 또 동아시아인의 특징인 건조한 귀지와 몸 냄새가 적은 유전자도 확인했다.

박종화 UNIST 교수는 “현재까지 나온 고대 한국인의 게놈은 주로 남동지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현대와 고대 한국인의 이동과 혼합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표현하려면 한반도 내륙, 다양한 시기의 고대 게놈을 추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