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가 치면 뾰족한 곳을 피하고 건물 안에 머물러야 한다. 자동차를 타고 있다면 내리지 말아야 하지만 지붕이 없는 차나 골프 카트는 위험하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여름 장마철을 맞아 이런 내용의 ‘낙뢰 위험 예방 행동 요령’을 27일 발표했다.
낙뢰(落雷)는 적란운(뇌운)에서 전기를 띤 입자가 땅으로 떨어져 전기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번개와 천둥, 소나기와 우박을 동반한다. 낙뢰가 지나가는 곳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4배나 뜨거운 2만7000도나 돼 사람이 맞으면 80%가 즉사한다.
전기연구원은 야외에서 낙뢰를 만나면 나무나 가로등, 전봇대처럼 높고 뾰족한 구조물엣 되도록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기를 띤 입자가 가장 빨리 이동하고자 뾰족한 물건에 먼저 닿는 성질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우산, 낚싯대, 골프채 등을 머리 위로 드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 KERI는 낙뢰가 발생하는 날을 가정한 실험에서 지면보다 높게 있거나 우산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마네킹이 벼락을 더 많이 맞았다고 밝혔다.
가까운 건물 안으로 피할 때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한쪽 발만 땅에 대거나 짧은 보폭으로 달리는 것이 좋다. 주문노 전기연 전기환경연구센터장은 “보폭이 길면 두 발 사이에서 전위 차가 발생해 몸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벼락이 목장에 떨어지면 앞뒷발 간격이 큰 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또 한 발만 땅에 접촉하면 전기가 바로 땅으로 나간다.
운전 중이라면 안전한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에 내려친 낙뢰는 부도체인 내부를 거치지 않고 순식간에 전기가 통하는 금속제 차체 외부를 거쳐 곧바로 타이어를 통해 땅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붕이 열린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트랙터, 골프 카트, 콤바인 등은 타지 말아야 한다. 낙뢰가 바로 사람에게 떨어질 수도 있고, 플라스틱 소재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고 안에서 열을 발생시켜 폭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나무가 벼락을 맞고 갈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피뢰 설비가 없는 헛간과 나무 또는 돌로 된 오두막이나 버스 정류장과 같이 부분 개방된 피난처는 벽면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중앙에서 웅크린 자세로 피해야 한다. 개방된 공간에서는 다리는 모으고 손은 귀를 덮고 머리를 땅에 가깝게 두고 웅크려 앉는 게 좋다.
최근 기후변화 때문에 낙뢰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12만4447회 발생했다. 이는 8만2651회였던 2020년보다 51% 정도 늘어난 수치이고, 최근 10년 평균(11만 6000회)보다 8% 많다. 시기별로는 6~8월에 전체 낙뢰의 71.5%가 집중됐다.
KERI가 밝힌 낙뢰 예방법은 연구원 홈페이지(www.keri.re.kr)와 유튜브 채널에서 ‘낙뢰 안전 가이드북’ ‘낙뢰를 피하는 방법 영상’ 등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