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나 식중독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물속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을 타고 며칠씩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사이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해변까지 도달해 수영을 하다가 물을 먹은 사람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스코틀랜드 스털링대의 리처드 퀼리엄 교수 연구진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환경 오염’에 “사람 장에 사는 바이러스가 길이 1마이크로미터(0.001㎜)에서 5㎜ 사이의 미세 플라스틱에 달라붙어 3일까지 감염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미세 플라스틱이 바이러스의 이동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비슷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실제 환경에서 바이러스 행동을 연구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두 종류의 바이러스를 조사했다.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처럼 일종의 지방 코팅인 외피가 있는 바이러스와, 설사를 유발하는 로타바이러스나 식중독의 원인인 노로바이러스 같이 외피가 없는 장내 바이러스이다.
연구 결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외피가 물에 녹으면서 바로 감염력을 잃지만, 외피가 없는 바이러스들은 미세플라스틱에 달라붙어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퀼리엄 교수는 “환경에서 3일간 감염력을 유지한다면 하수처리장에서 해변까지 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병을 유발하는 데 그리 많은 바이러스 입자가 필요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하수처리장에서는 미세 플라스틱까지 없애지 못한다. 강이나 개천을 따라 해안까지 도달한 미세플라스틱은 워낙 크기가 작아 사람이 수영을 하다가 물과 함께 삼키기 쉽다.
특히 아기들은 밝은 색의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입으로 가져가기 쉽다. 퀼리엄 교수는 “바이러스는 자연에 있는 물질 표면에도 달라붙지만 플라스틱에서 더 오래 유지됐다”고 밝혔다.
병원균 역시 미세플라스틱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앞서 퀼리엄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장내 세균이 물티슈나 면봉을 통해 해변까지 도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미세플라스틱 자체가 인체에 해가 되는지 확실치 않아도 바이러스와 세균의 감염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