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몸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흔적들이 발견됐다./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우리나라 연안에서 죽은 바다거북 10마리 중 8마리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 동물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물고기 잡는 그물에 혼획되거나 좌초, 표류해 죽은 바다거북 34마리 중 28마리가 해양 플라스틱을 먹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해양과기원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의 심원준, 홍상희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지난 2017년부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과 함께 바다거북 사체의 소화관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석했다. 세 연구기관이 지난 4월 ‘바다거북 협력연구단’을 발족했다.

연구단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34마리의 사체에 대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길이 1㎜ 이상의 미세플라스틱과 중대형 플라스틱을 조사했다. 그 결과 34마리 중 28마리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1280개(118g) 발견됐다. 이는 바다거북 1마리가 38개(3g)의 해양 플라스틱을 먹었음을 의미한다.

바다거북의 소화관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의 종류./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바다거북들은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된 일회용 포장재와 어업 도구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장 많이 먹었다.

플라스틱의 형태는 필름형(42%), 섬유형(39%)이, 색상은 흰색(42%), 투명(23%)이, 재질은 폴리에틸렌(51%), 폴리프로필렌(35%)이 우세했다. 초식성 바다거북 사체에서는 섬유형 플라스틱, 잡식성 바다거북에서는 필름형 플라스틱이 많이 나왔다.

이번에 조사한 바다거북은 붉은바다거북(Caretta caretta), 푸른바다거북(Chelonia mydas), 올리브바다거북(Lepidochelys olivacea), 장수거북(Dermochelys coriacea) 등 4종이다. 현재 바다거북은 전 세계에 7종이 있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보고서는 플라스틱 섭식과 얽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해양생물 6종에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을 포함시켰다.

김웅서 해양과기원 원장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을 보호하고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지표로서 바다거북의 플라스틱 섭식 현황과 특성을 평가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홍상희 책임연구원은 “이번 바다거북 부검 결과는 해양 플라스틱이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바다거북에게 미치는 영향과 해양오염의 실태를 보여준다”라며 “육상에서 기인한 생활 쓰레기와 강이나 바다에서 조업 중 버려지는 폐어구 등 해양 쓰레기 저감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