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在日) 한국인 과학자가 상처에 붙이는 밴드 같은 간편한 장치로 혈액을 채취하지 않고도 코로나 항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항체 검사는 특정 지역에 코로나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 백신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과학적인 방역 대책을 세우는 데 필요하다.
일본 도쿄대의 김범준 교수 연구진은 지난 1일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혈액 검사 없이 간단하게 코로나 항체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PCR 검사라고 하는 유전자 검사는 감염자의 몸 안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확인하는 방법이지만 검사 결과를 얻기까지 몇 시간씩 걸린다. 항체 검사는 10~20분 만에 결과가 나오지만 피를 뽑아야 해 감염의 우려가 있다.
도쿄대 연구진은 혈액 대신 세포 밖을 채운 액체인 간질액에 있는 항체를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간질액의 항체는 혈액 항체의 15~25%에 그치지만 검사만 잘 하면 코로나 감염 시기를 알려줄 수 있다.
연구진은 고분자 미세 바늘이 촘촘하게 박힌 테이프를 만들었다. 피부에 이 테이프를 붙이면 바늘이 피부를 찔러 간질액이 나온다. 바늘이 혈관이나 신경까지 들어가지 않아 통증이나 출혈 우려는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간질액은 바로 흡수돼 항체 여부를 판별하는 입자와 반응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먼저 이뮤노글로불린M(IgM) 항체가 분비된다. 그다음에는 IgG 항체가 나온다. 만약 항체 진단 테이프에 IgM만 붉게 선이 나오면 감염된 지 일주일 이내로 볼 수 있고, IgM과 IgG가 둘 다 표시되면 감염 1~3주로 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IgG만 나오면 오래전에 감염됐고 둘 다 안 나오면 감염 전이거나 아직 항체가 감지될 정도로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김범준 교수는 “이번 진단 키트는 기존 항체 진단 키트보다 10배 이상 정확했고 3~5분 안에 결과가 나왔다”며 “피부에 붙이는 테이프 형태로 간편하고 안전해 특정 지역에 대량 배포하고 지역별 코로나 감염 시기와 규모를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 테이프에 들어간 미세 바늘은 당뇨 환자를 위한 혈당 측정 장치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어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