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교수의 삶은 히로나카 헤이스케(91)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서울대에 마련한 수학 강의를 수강한 이후 바뀌기 시작했다.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의 강의인 탓에 수학 전공자들도 다 포기할 만큼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당시 물리학 전공 학부생인 허 교수는 끝까지 들었다. 허 교수는 “비전공자로서 헤이스케 교수가 제시하는 예시 몇 가지만 이해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혹시 과학 기자가 되면 히로나카 교수를 인터뷰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혼자 식사를 하는 히로나카 교수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이후 둘은 매일 점심을 같이 먹었다. 허 교수는 “히로나카 교수는 옛 이론을 가르치지 않고 자신이 지금 연구하는 내용을 소개했다”며 ‘처음으로 누군가 실제로 수학을 연구하는 모습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일본 교토의 히로나카 교수 집에 머물기도 할 만큼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허 교수는 히로나카 교수의 권유로 서울대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히로나카 교수의 추천으로 후일 미 유학길에도 올랐다. 수학 난제를 해결할 때도 히로나카 교수의 특이점 연구가 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