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오전(한국 시각)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첫 컬러 우주 사진을 공개했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지난해 성탄절에 발사돼 올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이날 그동안 관측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 형식으로 사진 한 장을 먼저 공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공개한 사진은 SMACS 0723 은하단을 찍은 것이다. 이 은하단은 지구에서 46억 광년(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약 9조4600억㎞) 떨어져 있다. 은하 수천 개가 모여 있는 곳으로, 워낙 중력이 강해 뒤쪽에서 온 희미한 빛을 확대하고 휘어지게 하는 이른바 ‘중력 렌즈’ 역할을 한다.
나사는 “사진 가장자리에 보이는 빛들이 바로 중력 렌즈에 의해 증폭되고 휜 것”이라며 “은하들보다 훨씬 먼 131억년 전 초기 우주에서 온 빛”이라고 밝혔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대폭발)으로 시작됐다. 나사는 제임스 웹이 135억 년 전 초기 우주에서 나온 빛까지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름 6.5m의 반사 거울과 태양광을 차단하는 테니스장 크기의 차양막을 갖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유럽의 아리안 로켓에 실려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발사됐다. 지난 31년 동안 작동한 허블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지만, 제임스 웹은 적외선을 포착해 보다 넓은 영역을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우주망원경은 일단 어둡고 밝은 부분을 흑백으로 구분해 촬영한다. 수십억 년 전 먼 과거 우주에서 온 극도로 희미한 빛도 감지한다. 다음은 적외선 필터로 관찰 지역의 빛 파장을 구분해 적색과 녹색, 파란색 빛의 삼원색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처음 흑백 영상이 컬러 영상으로 바뀐다.
앞서 나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공동 개발한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와 함께 첫 관측 천체 5가지를 선정했고 그 결과가 이날 공개됐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먼저 남반구 별자리인 용골자리에 있는 대성운을 촬영했다. 이 성운은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져 있다. 성운은 별이 탄생하는 곳이다. 용골자리 성운에서는 태양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
WASP-96b는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이다. 빛을 내는 항성을 3.4일마다 한 번씩 공전한다. 질량이 목성의 절반 정도로 2014년 처음 발견됐다. 지구에서 2000광년 떨어진 남쪽고리성운(팔렬성운) 사진도 공개됐다. 이 성운은 지름이 0.5광년에 이른다. 슈테팡 5중 은하는 페가수스 별자리에 있으며, 2억9000만 광년 거리에 있다. 1877년 처음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공개한 SMACS 0723 은하단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먼 곳에 배치됐다. 허블은 지구 상공 약 600㎞ 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지만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까지 이동했다. 지구와 달 사이(38만5000㎞)보다 약 4배 먼 거리다. 이 때문에 제임스 웹 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관측 성능이 100배나 좋다.
라그랑주 L2는 우주 관측에 최적인 지점이다. 이곳은 태양·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중력)과 물체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밖으로 벗어나려는 힘(원심력)이 서로 상쇄돼 중력이 미치지 않는다. 힘이 균형을 이뤄 빛의 왜곡이 없다. 특히 태양이 항상 지구 뒤에 가려져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곳에서 135억 년 전 초기 우주의 빛을 찾고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 행성도 탐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