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인류의 새로운 눈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난 6개월 동안 포착한 우주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했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올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2일 오전 10시30분(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 시각 12일 23시30분)부터 나사 TV를 통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처음 관측한 5가지 천체의 컬러 영상들을 발표했다.
◇은하부터 외계행성까지 5가지 천체 공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사상 최대의 우주망원경으로 지름 6.5m의 반사거울과 아래쪽에 태양광을 차단하는 테니스장 크기의 차양막을 갖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유럽의 아리안 로켓에 실려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발사됐다.
웹은 지난 31년 동안 가동된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더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허블 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지만 웹은 빛의 영역 중 적외선을 포착해 보다 넓은 영역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나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공동 개발한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와 함께 제임스 웹의 공식 과학 임무 목록인 첫 관측 천체 5가지를 선정했다. 그 결과가 이날 공개됐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먼저 남반구 별자리인 용골자리에 있는 대성운을 촬영했다. 이 성운은 지구에서 7600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져 있다. 성운은 별이 탄생하는 곳이다. 용골자리 성운에서는 태양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
WASP-96 b는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이다. 빛을 내는 항성을 3.4일마다 한 번씩 공전한다. 질량이 목성의 절반 정도로 2014년 처음 발견됐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이 항성 앞을 지날 때 빛의 변화를 포착해 대기에 수증기 형태의 물이 있음을 확인했다. 나사는 행성 사진 위에 물 분자의 파장이 포착된 그래프를 붙였다.
지구에서 2000광년 떨어진 남쪽고리성운(팔렬성운) 사진도 공개됐다. 이 성운은 지름이 0.5광년에 이른다. 슈테팡 5중 은하는 페가수스 별자리에 있으며, 2억9000만광년 거리에 있다. 1877년 처음 발견됐다.
◇중력렌즈로 빅뱅 직후 우주의 빛 포착
마지막으로 SMACS 0723은 뒤에서 오는 빛을 확대하고 휘게 하는 은하단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2일 오전(한국 시각) 백악관 브리핑에서 먼저 공개했다. 이 은하단은 지구에서 46억광년 떨어져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에서 블랙홀이나 은하단처럼 중력이 강한 천체는 뒤에서 오는 빛을 확대하고 휘게 하는 이른바 ‘중력 렌즈’ 현상을 일으킨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나사는 “사진 가장 자리에 보이는 붉은색 빛이 바로 중력렌즈에 의해 증폭되고 휜 것”이라며 “은하보다 훨씬 먼 131억년 전 초기 우주에서 온 빛”이라고 밝혔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됐다. 나사는 제임스 웹이 이런 중력 렌즈를 이용하면 빅뱅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135억년 전 초기 우주에서 나온 빛도 관측할 수 있을 것다고 기대한다.
◇햇빛 방해 없고 중력 균형 이룬 곳서 임무
나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결과를 발표하기에 지난 8일 테스트 이미지도 공개했다. 별과 은하를 담은 이 이미지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정밀유도센서(FGS)’가 포착한 것으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물이라고 나사는 밝혔다.
나사는 해당 이미지가 아직 품질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촬영한 우주 이미지 중 가장 먼 곳을 찍은 이미지라고 밝혔다.
FGS를 개발한 허니웰 에어로스페이스의 닐 로우랜드 박사는 “이 이미지가 찍혔을 때 흐릿한 은하 속의 모든 구조를 볼 수 있어 감격했다”고 밝혔다.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제인 릭비 박사는 “사진에서 흐릿한 점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과학 임무 첫해에 연구할 은하 형태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먼 곳에 배치됐다. 허블은 지구 상공 약 600㎞ 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지만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까지 이동했다. 지구와 달 사이(38만5000㎞)보다 약 4배 먼 거리다.
라그랑주 L2는 우주 관측에 최적인 지점이다. 이곳은 태양·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중력)과 물체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밖으로 벗어나려는 힘(원심력)이 서로 상쇄돼 중력이 미치지 않는다. 힘이 균형을 이뤄 빛의 왜곡이 없다. 특히 태양이 항상 지구 뒤에 가려져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곳에서 135억 년 전 초기 우주의 빛을 찾고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계 행성도 탐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