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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에게 친절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운동선수도 하루 12시간씩 운동하면 부상을 당하듯 공부도 힘들면 쉬어야 지쳐 쓰러지지 않아요.”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을 받은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3일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스스로 독촉하면 대상을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기 어렵다”며 “포기할 때는 포기하고 쉴 때 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날 300여 명을 대상으로 대중 강연을 진행했다.

허 교수는 “우리 학생들이 소중한 학창 시절을 공부가 아니라 평가받는 데 쓰고 있다”며 “학생들이 이런 현실에 너무 주눅 들지 말고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폭넓고 깊이 있는 공부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 시절 시간을 두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꽤 잘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푸는 일은 끔찍했다고 했다.

“수많은 수학자들이 수학 자체가 너무나 즐거워 매일 연구를 하며 살고 있어요. 학창 시절 제가 그걸 알았다면 같은 인간으로서 나도 어떻게 하면 수학을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답을 찾았을 겁니다.”

허 교수는 집에서 자신의 교육 이론을 실천하고 있다. 여덟 살 큰아들과 매일 수학 놀이를 하는 것이다. “단이는 종이에 동그라미를 13개씩 10줄 그려와 제게 몇 개인지 맞히라고 해요. 곱셈을 아직 모르거든요. 바로 맞히니 나중에는 무작위로 동그라미를 잔뜩 그려와 저를 쩔쩔매게 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수학의 즐거움보다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 먼저 묻는다. 허 교수는 “지금은 누구나 읽고 쓰기를 배우지만 중세 시대라면 가뭄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물었을 것”이라며 “지금의 순수 수학도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한창 연구할 젊은 박사들에게 단기간 성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지금처럼 2~3년만 박사 후 연구원을 지원하면 그 안에 논문 쓰고 교수가 되기 위해 단기 프로젝트만 할 것”이라며 “젊은 연구원들이 멀리 내다보고 연구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