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우주 컬러 사진들을 처음 공개했다. 과거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보다 훨씬 다양하고 새로운 우주의 풍경은 지구촌을 놀라게 했다. 우주망원경 기술 자체도 진일보했지만, 엄청나게 늘어난 화상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구로 전송하는 통신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구의 통신혁명이 우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500배 더 먼 곳서 28배 정보 전송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현재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곳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지구 상공 600㎞의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2500배는 먼 곳에 있다. 관측 데이터 양도 비교가 안 된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하루 2기가바이트의 정보를 수집했다면, 제임스 웹은 57기가바이트로 28배를 넘는다.
제임스 웹이 허블 망원경보다 훨씬 먼 곳에서 더 많은 정보를 지구로 보낼 수 있는 비결은 주파수에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주파수가 25.9기가헤르츠인 Ka 대역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전 우주망원경이나 위성은 2기가헤르츠대의 S 대역이나 8기가헤르츠대의 X 대역을 쓰고 있다.
전파는 파도처럼 물결치는 파동이다. 주파수는 정해진 시간에 이 파동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은 “통신 기술은 파동을 변조해 정보를 싣는 것”이라며 “고주파수 대역일수록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막에서 우주와 바로 교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Ka 주파수 대역에서 우주 관측 정보를 초당 28메가비트 속도로 지구에 보낸다. 제임스 웹은 관측 일정이나 망원경 상태 정보를 지구와 주고받을 때는 S 대역도 쓴다. 그때 전송속도는 초당 16~40킬로비트에 그친다.
지상에서도 5G 통신처럼 대용량 정보를 보낼 때 K 대역 주파수를 쓴다. 문제는 주파수가 높아지면 장애물을 잘 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주파수는 골과 마루가 멀어 장애물을 큰 파도처럼 넘어 지나갈 수 있지만 주파수가 높으면 골과 마루 사이가 촘촘해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이병선 실장은 “기지국을 더 세우면 되지만 통신사가 비용 부담 때문에 그러지 못해 5G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주와 지구 사이 통신에서는 산이나 빌딩 같은 장애물이 없어 문제가 없다. 전파가 지상에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바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Ka 대역 주파수는 물방울을 만나면 신호가 감소하는 한계가 있다. 나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심우주 통신용 안테나를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스페인의 사막에 설치했다.
◇한국도 우주통신 기술 개발 중
한국도 기상위성인 천리안 위성에 탑재된 일부 장비가 Ka 대역 주파수로 지구와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우주인터넷 통신인 스타링크도 Ka 주파수를 이용한다. 이병선 실장은 “앞으로 한국도 우주에서 K 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며 “연구원에서는 K 대역보다 주파수가 높은 40~60기가헤르츠의 Q, V 대역 우주통신 장비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우주 선진국들은 전파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는 레이저 우주 광통신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는 주파수가 테라헤르츠 단위로 S 대역보다 1000배나 높다. 유럽은 지구 저궤도에서 정찰위성이 관측한 정보를 통신위성으로 릴레이할 때 레이저 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도 레이저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우주인터넷은 위성이 그 아래에 있는 지상의 고객에게 바로 정보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만약 원하는 시점에 위성이 고객 바로 위에 없을 때 해당 위치에 있는 다른 위성이 레이저로 정보를 넘겨받아 통신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