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이 줄면서 공기가 깨끗해졌지만 역설적으로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염물질이 감소하면서 태양광을 덜 반사시켜 기온을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위적으로 구름을 만들어 햇빛을 반사시키는 지구공학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20일 “독일 라이프치히대의 요하네스 쿠아스 교수 연구진이 위성 관측 결과를 토대로 대기오염 감소가 지구 온난화를 촉진시켰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결과는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대기 화학과 물리학’에 제출됐으며 곧 정식 출판될 예정이라고 사이언스는 밝혔다.
◇에어로졸 감소로 온난화 최대 50% 증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물질인 에어로졸은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이 점에서 대기오염 감소는 분명 공중보건에 희소식이다. 반면 연구진은 에어로졸이 줄면 햇빛 반사가 감소해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역효과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대기오염 물질 중에서 검댕 같은 탄소입자는 태양열을 흡수하지만, 황산염이나 질산염은 햇빛을 반사시켜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연구진은 대기오염이 2000년보다 30% 감소하면서 같은 기간 온실가스에 의한 온난화가 지역에 따라 15%에서 최대 50%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인공위성인 테라(Terra)와 아쿠아(Aqua)가 각각 1999년과 2002년부터 지구를 관측한 정보를 분석했다. 두 위성은 지구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복사열을 추적했다. 그동안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늘어나면서 대기 중에 적외선으로 인한 열이 증가했다. 바로 온난화가 유발된 것이다.
아쿠아와 테라 위성의 탑재 장비는 동시에 태양광 반사가 감소한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대기 중 에어로졸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미 해양대기국(NOAA) 지구물리 유체역학연구실의 벤카타찰람 라마스와미 박사는 사이언스에 “다른 이유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햇빛 반사하는 옅은 구름까지 줄어들어
에어로졸은 그 자체로 햇빛을 반사할 뿐 아니라 구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로 물방울이 달라붙는 구름의 씨앗, 즉 응집핵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에어로졸이 증가하면 응집핵이 늘어나 구름 입자 크기가 줄고 수는 늘어난다. 그만큼 구름이 옅어져 햇빛 반사가 더 잘 일어난다. 대기오염 감소는 이런 옅은 구름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쿠아스 교수 연구진은 두 위성의 다른 장비로 2000~2019년 하늘이 얼마나 흐렸는지 분석했다. 이 기간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에서는 대기오염 감소 노력 덕분에 하늘이 더 맑아졌다. 그만큼 햇빛 반사가 덜 됐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석탄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인도에서는 하늘이 더 흐려졌다.
그렇다고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다시 대기오염물질을 마음대로 배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정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대신 독일 칼스루에 공대의 얀 체르막 교수는 사이언스에 “성층권에 황산염 에어로졸을 방출해 햇빛을 반사할 옅은 구름을 만드는 지구공학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공학 실험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9월 “구름 형태를 바꿔 햇빛을 막아 호주의 거대 산호초를 구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바다 위에 있는 층적운은 구름 입자가 크고 성기다. 햇빛은 구름 입자와 부딪히지 않고 쉽게 통과한다. 바닷물을 공중으로 분사하면 소금 결정이 응집핵이 된다. 구름 응집핵이 늘어나면 작은 구름 입자가 증가한다. 그만큼 구름이 밝아지고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한다.
호주 과학자들은 지난해 바다에서 이 같은 ‘해양 구름 증백(增白)’ 기술을 처음으로 시연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지구공학이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과 생태계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