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기포의 형태로 병을 따지 않고도 가짜 양주인지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pixabay

술이나 올리브 오일, 꿀 같은 액체 제품이 가짜인지 병을 따지 않고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준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연구진은 “싱가포르국립대와 함께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개봉하지 않은 음료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새로운 위조 음료 탐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진짜 원액과 불순물이 섞인 액체는 기포 형태가 다르다. 소비자가 병을 흔들 때 발생하는 기포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개봉하지 않고도 위조 여부를 바로 판별할 수 있다./연세대

최근 보드카 원액에 저렴한 알코올을 섞는 식으로 위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가의 올리브 오일에도 그보다 저렴한 식용유를 섞기도 한다. 이런 가짜 제품은 실험실에서 분석하면 판별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활용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일반인이 직접 위조 제품을 가릴 수 있는 ‘리퀴드해시(LiquidHash)’ 기술을 개발했다. 한 교수는 “액체마다 흔들 때 발생하는 기포의 모양과 움직임이 다른 데 착안했다”며 “순수 제품과 다양한 위조 제품의 기포를 카메라로 찍고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위조 판별 기술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진짜 원액과 불순물이 섞인 액체는 기포 형태가 다르다. 소비자가 병을 흔들 때 발생하는 기포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개봉하지 않고도 위조 여부를 바로 판별할 수 있다./연세대

한준 교수 연구진은 보드카, 올리브 오일, 꿀을 대상으로 리퀴드해시 기술을 실험했다. 보드카에 물이나 소주를 타고, 올리브 오일에는 옥수수기름, 콩기름 등을 섞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기포 영상을 촬영한 500분 분량의 영상에서 최대 95% 정확도로 위조 제품을 가려냈다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불순물이 30% 이상 섞이면 90% 이상 정확도로 위조를 판별할 수 있었다.

한준 교수는 “이번 기술은 기체나 액체 성분을 감지하는 전자코, 전자혀보다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기술과 달리 제품을 개봉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위조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다양한 액체 제품의 진위 판별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제조사가 순수 원액 정보를 제품 라벨에 QR코드로 입력해두면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기포 정보와 대조해 위조를 판단할 수 있다.

유통사가 제조사로부터 원액 정보를 제공받으면 같은 방법으로 가짜 제품의 유통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다. 한준 교수는 “중고 주류 직거래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현재 와인 업체와 적용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모바일 컴퓨팅 시스템 분야 국제 학회인 ACM MobiSys 2022(https://www.sigmobile.org/mobisys/2022/)에 발표됐으며, 최고 포스터 상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