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약 136억년 전의 은하를 발견했다. 앞서 135억년 전 은하를 발견한지 1주일 만에 최고(最古) 은하 관측 기록을 경신했다. 과학계는 제임스 웹의 성능을 감안하면 기록 경신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 천문학연구소의 캘럼 도넌 연구원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138억년 전 우주대폭발(빅뱅·big bang)이 일어난지 2억3500만년 지났을 때 존재했던 은하 CEERS-93316를 관측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올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달 12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빅뱅 후 약 2억년 지난 초기 우주 포착
이번 연구는 미국과 프랑스, 덴마크 연구진이 함께 참여한 ‘우주 진화 조기 방출 과학 조사(Cosmic Evolution Early Release Science Survey, CEERS)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27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됐다.
앞서 지난달 20일 스위스와 미국 연구진이 역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빅뱅으로부터 3억년 지난 시기의 은하인 GLASS-z13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주일 만에 최고 은하 관측 기록이 깨진 것이다. CEERS 연구진은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지 2억8000만년 지난 시기의 ‘메이지 은하(Maisie’s Galaxy)도 발표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이전에 관측 사상 가장 오래된 은하는 스위스 제네바대의 파스칼 외시 교수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큰곰자리에서 발견한 GN-z11로, 빅뱅에서 4억년 지난 시기의 은하로 확인됐다. 제임스 웹은 그 기록을 3억년, 2억8000만년, 2억3500만년으로 계속 단축하고 있다.
◇초기 우주의 구성성분까지 획인 기대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카메라는 이른바 적색편이(赤色偏移) 현상을 이용해 초기 은하를 발견하고 있다. 적색편이는 우주 팽창 때문에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이다. 이번 연구진은 CEERS-93316 은하의 적색편이가 16.7인 것을 확인했다. 이는 우주가 팽창하지 않을 때보다 은하에서 나온 빛이 18배나 더 붉은색 파장으로 치우친다는 의미다.
적색편이는 사이렌 소리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가 다가오면 소리가 높게 들리지만, 지나쳐 멀어지면 소리가 낮아진다. 낮은 소리는 파장이 길다.
마찬가지로 빛을 내는 천체가 우주 팽창에 의해 관측자로부터 멀어지면 빛의 파장이 긴 붉은색 쪽으로 치우친다. 이번 CEERS-93316 은하는 지구로부터 350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곳에 있다. 우주 팽창으로 빛이 처음 출발했던 곳이 훨씬 멀어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빅뱅 이후 1억년 정도 된 초기 우주까지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 31년 동안 작동한 허블 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주로 감지하지만, 제임스 웹은 적외선까지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시광선은 별이 탄생하는 우주 먼지와 구름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지만 파장이 긴 적외선은 이를 통과할 수 있다.
제임스 웹은 은하의 나이와 함께 구성 성분까지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 우주는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자들로 구성됐다고 추정된다. 이후 가벼운 원자들이 융합하면서 산소와 탄소, 납, 금 같은 무거운 원자들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