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성공한 데 이어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가 5일(한국 시각) 미국에서 발사된다. 한국이 지구 궤도 너머 심우주(深宇宙) 탐사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오는 12월 달 궤도에 안착하면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일곱 번째 달 탐사국이 된다. 다누리 발사는 비록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힘을 빌리지만, 달로 가는 궤적 설계부터 탑재 과학 장비 개발까지 다누리 개발의 전 과정에는 국내 연구진의 기술들이 총집약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다누리가 한국 시각으로 5일 오전 8시 8분(현지 시각 4일 오후 7시 8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팰컨9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누리는 발사 이후 4개월 반의 비행을 거쳐 12월 중순 달 궤도에 진입, 달 상공 100㎞ 원 궤도를 돌며 태양빛이 닿지 않는 영구음영(永久陰影) 지역 탐사와 2030년 달 착륙선 후보지 탐색, 우주 인터넷 실험 등의 임무를 1년간 수행할 예정이다.
다누리는 4일 미국 플로리다의 우주군 기지 발사체 보관동에서 발사대로 옮겨져 오전 11시 15분(현지 시각 3일 오후 10시 15분) 기립했다. 앞서 지난달 7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송돼 약 한 달간 기능 점검과 연료 주입 등의 작업을 마쳤다.
이번 발사는 다누리가 약 4개월간 먼 우주를 돌아 달 궤도에 진입하고 고해상도 카메라를 포함한 6기의 탑재체가 정상 작동해야 최종 성공을 확정짓게 된다. 다누리 개발을 주도한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이날 현지에서 “이제부터 먼 여정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달 향한 600만㎞ 여정 시작
최대 관건은 달로 가는 BLT(탄도형 달 전이 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 궤적의 성공 여부다. 달로 가는 통상적인 루트는 바로 직진하거나 지구를 크게 몇 바퀴 돌다가 가는 방식이다. 짧게는 3일, 길게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다누리가 갈 BLT 궤적은 태양과 달, 지구의 중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린다. 미국·일본만 시도했던 고난도 기술이다.
다누리는 지구에서 156만㎞ 떨어진 곳까지 멀어졌다가 다시 지구 쪽으로 다가와 달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거대한 리본 모양을 그리며 총 600만㎞를 비행하게 된다. 달과 지구를 잇는 38만㎞의 15배가 넘는 거리다. 항우연도 원래는 지구를 3바퀴 반 돌고 달로 가는 궤적을 설계했지만 제작 과정에서 다누리 무게가 늘면서 연료 부족 문제가 생겼다. 연료가 부족하면 달에서의 임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거리는 더 먼 대신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 사용량은 20~25% 줄이는 길을 택한 것이다.
다누리는 발사 후 45분이 첫 고비다. 발사 40분 뒤 발사체에서 분리되고 그로부터 5분 뒤 BLT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발사 5~6시간 후인 5일 오후 1~2시쯤(한국 시각) 목표했던 달 전이 궤적 진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이스X의 팰컨9이 다누리를 궤적에 올려놓은 이후 다누리 운영은 온전히 국내 연구진의 몫이다. 다누리는 우주 고속도로 격인 BLT를 탄 이후 궤적을 조금씩 바꾸는 작업이 이뤄진다. 약 4개월 반 비행 동안 최대 9번의 궤적 수정 기동이 이뤄진다.
그 다음 관문은 달 궤도 진입이다. 다누리는 오는 12월 16일부터 속도를 점차 낮추면서 타원형으로 달을 다섯 바퀴 돌다 고6도 100㎞ 궤도에 진입한다. 9번의 궤적 수정을 포함해 10번의 고비를 넘기고 12월 31일이나 내년 1월 1일쯤 목표한 궤도에 진입하면 한 달간 시운전에 들어간다. 이후 내년 12월까지 하루에 12번 공전하며 과학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과학 임무 수행할 탑재체 6종 실려
다누리 발사에서 궤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통신이다. 지구에서 150만㎞ 이상 떨어진 심우주에서 다누리가 보내오는 신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항우연은 경기도 여주에 반사판의 크기가 직경 35m로 국내 최대인 심우주 지상 안테나를 구축했다. 다누리는 발사 후 약 1시간 뒤 지상국과 교신할 예정이다.
다누리에는 과학 임무 수행을 위한 탑재체 6개도 실렸다. 이 중 항우연의 고해상도 카메라, 천문연구원의 편광 카메라, 지질자원연구원의 감마선 분광기, 경희대의 자기장 측정기, 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우주 인터넷 장비는 우리 기술로 만든 것이다. 2030년 달 착륙선 탐사 후보 지역을 선정, 달의 환경과 자원 탐색 등 과학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달에서 문자와 파일 동영상을 전송하는 우주 인터넷 시험도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파일 가운데는 BTS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도 포함돼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고감도 카메라 섀도 캠은 달의 영구음영 지역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