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항우연)은 5일 “(다누리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우주 영역을 지구에서 약 38만km 떨어진 달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날 다누리의 지구 지상국의 첫 교신 성공 후 공동취재기자단과 인터뷰를 갖고 “그동안 국내 우주개발은 지구 저궤도 약 600km 내외, 정지궤도 약 3만6000km 내외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달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고, 달까지 약 4.5개월 비행을 해야 하는 긴 여정이 남아있다”며 “궤적 수정 기동 등 설계한 대로 달 궤도까지 무사히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달 궤도에서 1년 이상 운영되고, 6개 탑재체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목표를 달성해야 완전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며 “우리 연구진이 최선을 다해 연구개발에 매진한 만큼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다누리는 5일 오전 8시 8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 발사장 40번 발사대에서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콘9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오전 9시 40분쯤에는 지구 지상국과 최초 교신에 성공했다. 다누리는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으로 달로 향한다. 9월 2일쯤에는 추력기를 작동해 방향을 조정할 예정이다.
다누리는 약 4.5개월의 항행 기간을 거쳐 2022년 12월 중순 달에 도착한 후 12월 말까지 달 임무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후 2023년 1월부터 달 상공 100km의 원궤도를 돌며 1년여 간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다누리가 임무에 성공할 경우, 한국은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달 탐사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아래는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一BLT 궤도가 흔치 않은 비행 궤적인데 성공할 것으로 보는지.
“우리나라가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우주 공간을 비행하는 것이 처음이다. 아시다시피 BLT 궤적도 통상적인 궤도가 아니다. 연료를 아껴야 했기에 불가피하게 선택한 궤적이지만 최대 비행거리가 약 600만km에 달하는 만큼 우주 공간에서 이정도 거리의 비행을 계산한다는 건 상당한 모험이자 부담이었다. 연구진들이 밤을 새워 논의하고, 회의하고, 계산하고, 또 했다. 최초 BLT 궤적 설계에 꼬박 7개월이 걸렸다. 당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애를 쓴 만큼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국 나사로부터 ‘이 분야에서 아주 큰 성과를 이루었다. 매우 우수해서 수정할 부분이 없다’는 검토 결과를 받았다. 우리 우수한 연구진이 최선을 다한 결과다. 그 이후 궤적수정기동을 포함한 최종 궤적설계를 하기 위해 약 2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달 궤도까지 가는 과정에서 태양전지판, 안테나 전개 등 정상 운영을 위한 작동과 점검을 수행하고 약 4.5개월 동안 최대 9번의 궤적을 수정한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지만 그동안 축적한 위성 기술이 집약되었기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一미국 NASA와 협력의 의미는 무엇인지.
“미국과의 국제협정을 통해 나사의 섀도우캠이 탑재되었다. 우리가 섀도우캠을 실어주면서 NASA는 다누리와 교신할 수 있는 심우주지상국을 통하여 다누리의 위성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런 우주 강국들과 협업은 우리처럼 뒤늦게 출발하는 심우주 탐사국에는 중요한 지름길이 된다. 단 시간 내 많은 기술을 확보할 수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의 유인 우주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보다 밀접히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될 것이다. 우주탐사에 처음 발을 들였고,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갈 의지를 가진 대한민국에 아주 좋은 기회다.”
一한국 뿐 아니라 올해 달 탐사에 나서는 국가가 있다. 달 탐사가 다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올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인도, 일본, 아랍에미리트 등이 달 탐사선을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현재 19개국과 유럽 우주국(ESA)에서 106개의 달 궤도 및 달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50년 전의 달 탐사는 일회성으로 그 자체가 최종 목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에 인간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채굴하는 등 지속할 수 있는 목표로 바뀌고 있다. 특히 달의 남극에 물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달의 효용가치는 더욱 커졌다. 달에서 식수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을 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생산해 생존에 활용하고 화성 등 더 먼 행성으로 가기 위한 로켓 등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에는 밝혀진 희귀자원만 수십 종에 이른다. 그 중 관심을 갖는 건 바로 헬륨-3와 희토류다. 두꺼운 대기와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태양풍으로 부터의 보호를 받는 지구와 달리 태양풍을 그대로 받는 달에는 약 110만 톤에 달하는 헬륨-3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TV 등 전자제품 제조에 필수적이지만 지구에서는 생산지가 제한적인 전략자원이다.”
一달 착륙 계획은 어떻게 준비되나.
“2031년까지 달 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달 착륙선의 임무와 설계안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착륙선을 달로 보낼 차세대발사체 개발도 추진해야 한다. 차세대발사체는 100t급 엔진 5기와 10t(톤) 엔진 2기를 탑재한 2단 발사체로 개발할 계획인데, 2031년까지 총 1조 9,33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통과할 경우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차세대 발사체는 1.8t 무게의 달 탐사선을 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