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백형선

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환자 생존율이 80%가 넘지만 말기라면 20% 아래로 뚝 떨어진다. 암 치료는 조기 발견이 관건인 것이다. 과학자들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암을 진단할 방법을 찾았다. 바로 ‘냄새’다. 의료 탐지견에 이어 최근에는 후각이 예민한 작은 벌레들을 통해 암을 찾아낸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곤충이나 선충은 동물처럼 후각이 뛰어날 뿐 아니라 크기가 작아 다루기 쉽고, 훈련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메뚜기 더듬이로 암 종류까지 구별

미국 미시간주립대 바이오의학공학의 데바짓 사하 교수 연구진은 “메뚜기들이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냄새로 가려낼 뿐만 아니라 암 세포 종류도 구별할 수 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메뚜기의 후각 신경세포를 주목했다. 메뚜기는 더듬이로 공기 중의 냄새 분자를 감지한다. 더듬이에는 후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5만개 이상 있다. 이를 통해 암세포 특유의 냄새를 찾겠다는 것이 연구진의 구상이었다. 암세포는 건강한 세포와 다른 화합물을 생성해 호흡 과정에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먼저 메뚜기의 뇌에 전극을 삽입했다. 이후 건강한 세포와 세 가지의 구강암 세포에서 생성된 가스를 메뚜기에게 노출시키고 뇌 신호를 살폈다. 실험 결과 메뚜기는 암세포를 가려낼 뿐 아니라 종류도 구별했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구강암에 초점을 맞췄지만, 호흡을 통해 화합물이 나오는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명지대 식품영양학과의 최신식 교수 연구진도 작은 벌레로 폐암을 진단하는 기구를 만들었다. 최신식 교수와 장나리 연구원은 지난 3월 미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화학회 연례 학술 대회에서 “예쁜꼬마선충으로 폐암 세포를 정확도 70%로 구별했다”고 발표했다. 몸길이 1㎜ 정도의 실험 동물인 예쁜꼬마선충은 회충과 같은 선형동물의 일종이다. 예쁜꼬마선충은 특정 냄새를 따라가거나 피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진은 투명 플라스틱 칩 한가운데 선충을 두고 양쪽 가장자리 공간에 각각 암세포와 정상 세포 배양액을 떨어뜨렸다. 한 시간이 지나자 암세포 배양액 쪽으로 선충이 몰렸다. 연구진은 “선충이 폐암 세포에서 나오는 2-에틸-1-헥사놀이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따라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선충이 좋아하는 먹이에서 나오는 향과 비슷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개미는 30분 훈련으로 암 탐지 가능

곤충도 개처럼 암 탐지 훈련을 시킬 수 있다. 프랑스 소르본대 연구진은 “개미를 훈련시켜 암세포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럽에서 흔히 발견되는 흑개미(Formica fusca)를 이용했다. 개미는 무리 속에서 서로를 구별하고 의사소통하는 데 후각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유방암 세포 근처에 설탕물을 뒀다. 암세포를 찾으면 보상을 준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개미가 암세포 냄새를 익히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개는 같은 훈련을 하는 데 6~12개월이 걸린다. 훈련을 마친 개미에게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를 제시하자 보상을 기대하며 암 냄새를 따라갔다.

개미는 암의 성장 단계까지 구별했다. 암세포는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른 냄새를 낸다. 연구진은 처음 실험과 같은 방식으로 특정 성장 단계의 암세포에만 보상을 줬다. 이후 성장 정도가 다른 암세포와 함께 뒀을 때 개미는 보상을 받았던 암세포로 찾아갔다.

연구진은 “개미는 다른 동물보다 더 쉽고 빠르게 훈련시킬 수 있다”며 “개미가 암 생체 탐지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