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밖에서 쥐의 줄기세포만으로 임신 기간의 절반을 키워내 뇌와 심장의 모습을 확인한 연구가 잇따라 나왔다. 과학계는 그동안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임신 중의 발생 과정을 연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인간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윤리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공동연구진은 “쥐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제 배아처럼 뇌가 발달하고 심장박동이 관찰되는 합성배아를 만들었다”라고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진도 쥐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초기 뇌와 심장을 가진 합성배아를 8.5일간 배양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지난 1일 발표했다
◇임신 기간 절반 가까이 체외서 키워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자궁에 착상돼야 한다. 과학계에서는 생식 세포가 아닌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줄기세포는 적절한 조건에서 스스로 분열하고 신체 조직을 만들어내는 세포다. 하지만 배아가 자라는 자궁의 환경을 몸 밖에서 구현하는 것이 난제였다.
영미 공동연구진은 이스라엘 연구진이 만든 ‘인공 자궁’을 이용했다. 이 장치는 작은 원통 모양으로 내부는 영양분이 든 용액이 채워져 있다. 태반에서 배아로 혈액과 영양소가 흐르는 움직임을 위해 일정한 속도로 회전한다. 또 쥐 자궁의 압력까지 구현됐다.
공동연구진은 인공 자궁에 3가지 종류의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배아로 크는 배아줄기세포와 태반과 영양분인 난황난으로 크는 줄기세포다. 3종의 줄기세포들은 인공자궁 내에서 상호 작용을 하며 자라난다. 그 결과 연구진은 8.5일 동안 배아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이는 쥐의 임신 기간(20일)의 절반 정도다. 배아에서 소화기관뿐 아니라 중추신경계인 뇌가 발달했고, 심장 박동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합성배아는 생쥐의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 형성되는 자연배아와 매우 흡사하지만 100% 같지는 않았다”라며 “몇 가지 결함과 장기 크기의 차이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 연구진도 같은 장치를 이용해 쥐의 배아를 8.5일까지 키워냈다. 다만 원시 배아줄기세포로 3종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영미 공동연구진과는 방식은 달랐다. 연구진은 역시 배아에서 작고 주름진 뇌와 심장 박동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김장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체외에서 착상 단계를 넘어서서 임신 기간의 절반 가까이 배아를 키워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난임·불임 해결할 동물 모델 기대
이번 연구 성과로 난임·불임 등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생명과학계에서는 쥐의 발생과정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었다. 단계별로 배아를 꺼내 확인하는 방법뿐이었다. 한 생명분야 과학자는 “착상 후 본격적인 발생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도구가 생긴 것”이라며 “동물 연구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리적 문제는 남아있는 숙제다. 국제줄기세포연구원은 인간의 배아를 착상 후 14일 이후는 배양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착상 후 14일 이후에는 신경계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학계는 단순히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인식과 반응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본다. 미국 잭슨정밀유전학연구소의 마틴 페라 박사는 네이처에 “윤리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