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한 ‘제60회 에너지포럼’이 열렸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새 정부 정책을 주제로 전문가들이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4년 만에 열린 행사였지만 80여 명이 참석하며 에너지 업계의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한 참석자는 “오랜만에 다시 열린 에너지포럼 행사에서 많은 의견이 오갔다”며 “전 세계 에너지 위기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연합뉴스

한국공학한림원의 에너지 포럼은 2008년 처음 시작됐다. 에너지 포럼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도 다룬다. 매년 평균 5번씩 개최됐지만, 2018년 2월을 마지막으로 포럼은 멈췄다. 문재인 정부에서 에너지 포럼 개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에너지 포럼이 열렸으면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을 것이다. 이를 의식해 포럼 자체를 못 열게 한 것이다. 당연히 관련 예산도 없어졌다. 10년 가까이 진행되던 포럼은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셈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명이 남아 있던 원전 월성 1호를 조기 폐쇄했고, 신한울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였다.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발전 단가가 훨씬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인 한국전력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 14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정부 정책의 잘잘못과는 별도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는 마당까지 없앤 것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설령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수립해 추진한다고 해도 전문가들의 비판은 겸허히 들어야 한다”며 “아예 귀를 막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으려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는 안보 문제가 됐다.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유럽 국가들은 공급이 중단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재승 고려대 석좌교수는 “한국은 (사실상) 섬”이라며 “(주변국과) 연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에너지 문제는 정부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에너지 정책 수립은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지 점검하고 비판하는 쓴소리가 당연히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줄이고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한국공학한림원의 에너지 포럼이 재개된 것은 비정상을 정상화한 상징적 모습이라 할 것이다. 정부를 채찍질할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막는 일이 다시는 벌어져서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