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 스마트) 종합시험동. 이곳에서는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인 SMART의 안전성 검증이 이뤄진다. 건물 6층 규모인 45m 높이의 초록색 철제 구조물 사이에는 노심(爐心) 같은 SMART 원전의 주요 기기들이 놓여 있었다. 중소형 원자로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시설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원자로의 높이는 실물처럼 18.5m를 구현했고, 직경은 실제의 7분의 1로 축소했다. 이태호 SMART개발단장은 “다양한 사고 상황에서 소형모듈원자로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모의 실험들이 이뤄진다”라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한국형 소형 원전의 상용화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대형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안전해 각국에서 SMR 개발에 뛰어드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원자력연구원이 SMR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원자력연구원 SMR 시설을 찾았고, 취임 후에는 SMR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2026년까지 113억달러(약 16조원)로 SMR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원전의 100분의 1 크기
SMR은 노심과 증기 발생기, 가압기 등 원전의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담은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크기는 격납 건물을 포함해 대형 원전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기 출력이 300MWe 이하인 원자로를 SMR로 분류한다. 출력이 1400MWe인 대형 원전보다는 그 크기가 작지만, 모듈 형태여서 건설 기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대형 원자로보다 핵연료 양이 적어 방사능 유출 위험이 낮다. 이 때문에 미국,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70여 종의 SMR이 개발 중이다.
원자력연구원은 1997년부터 한국형 SMR인 SMART를 개발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 설계 인가를 받았다. SMART의 전기 출력은 110MWe로, 건설 기간은 36개월에 불과하다. 대형 원전의 경우 56개월이 소요된다. 이태호 단장은 “원전을 관리할 직원 수도 현재 300~400명에서 3명 정도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형 원자로를 여러 개 묶으면 중형 원전 수준의 발전을 할 수 있어, 석탄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원은 기대한다.
SMART는 안전성도 뛰어나다. 대형 원전의 경우 재난 시 전력 공급이 끊기면 핵분열로 생기는 열을 냉각시키지 못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SMART는 원전이 정지돼도 사흘 동안 전기 없이 열 교환기를 통해 열을 식혀 대형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경제성 높인 혁신형 SMR 개발 중
다만 사우디에 SMART를 수출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아직 실증 연구가 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단장은 “다른 해외 기업들의 사례처럼 1호기를 만드는 것이 곧 실증이다”라면서 “SMART 원전의 수출은 계속 시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안전 계통을 강화한 SMART 100의 인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노심 손상 빈도가 기존 SMART보다 10배 향상됐다. 이와 함께 경제성과 안전성을 개선한 혁신형 SMR도 개발 중이다. 혁신형 SMR은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2028년까지 총 3992억원이 투입된다. 170MWe급 혁신형 SMR은 건설 기간이 SMART보다 더 짧은 24개월이다. 혁신형 SMR 1개 호기를 수출하면 연 매출 3조원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호 단장은 “경제성을 확보해 2030년대 지역의 특성과 발전 용도에 맞춰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