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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에게 살충제가 닿으면 식물의 수분(受粉)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나왔다. 살충제 때문에 벌의 행동이 느려지고, 그 결과 열매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스웨덴 룬드대 리나 허버트슨 박사 연구진은 최근 “살충제가 묻은 벌이 수분시킨 딸기는 크기가 더 작았다”고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에 밝혔다.

벌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옮겨 열매 맺게 한다. 벌 덕분에 열매를 맺은 딸기는 그 크기가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살충제가 작물의 생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분명했다. 연구진은 유채와 딸기의 수분을 돕는 벌로 실험을 진행했다. 딸기 10종과 유채 11종을 둔 야외 식물 재배장 12곳 가운데 6곳에 살충제인 클로티아니딘을 뿌렸다. 이후 벌의 행동과 작물의 상태를 관찰했다.

벌이 유채꽃을 10번 찾을 때 걸린 시간을 비교한 결과, 살충제를 뿌린 유채꽃을 찾을 때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유채꽃에 비해 시간이 10% 더 걸렸다. 살충제가 벌의 활동력을 떨어뜨려 수분이 더 적게 이뤄지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살충제를 뿌린 곳은 딸기 무게도 더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딸기 925개의 무게를 측정했다. 그 결과 살충제가 닿은 곳은 대조군보다 무게가 8~13% 가벼웠다. 살충제 때문에 벌의 수분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허버트슨 박사는 “이전 연구에선 살충제 클로티아니딘이 벌의 발달과 번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밝혔다면, 이번 연구 결과에선 꽃을 수분시키는 능력도 손상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8년 유럽연합(EU)은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클로티아니딘 사용을 완전히 금지했다. 연구진은 “예상보다 살충제가 생태계에 더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클로티아니딘과 유사한 방식으로 곤충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살충제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벌이 인류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고 경고한다. 관련 연구와 통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에 따르면, 2006∼2015년 확인된 벌의 종은 1990년대 이전보다 25% 감소했다. 살충제와 더불어 기후변화 때문이다. 꿀벌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이 완전히 사라지면, 세계 과일 생산량의 22.9%, 채소 생산량의 16.3%가 감소할 것으로 미 하버드대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에 따른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한 해 142만명이 사망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