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이 한 혜성을 발견해 궤도를 따져보니 6개월 후 지구와 충돌할 것으로 예측됐다. 혜성 지름이 10㎞나 돼 지구 전체가 쑥대밭이 될 위기. 폭발물을 실은 우주선을 혜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자는 방안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이를 실행으로 옮기던 백악관은 혜성에 희귀 광물이 매장돼 있다는 보고를 받고, 궤도 변경 대신 혜성을 쪼개 지구로 떨어지도록 하는 계획으로 바꾼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줄거리다. 이런 시도가 닷새 후 우주에서 벌어진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소행성 궤도를 바꾸려고 쏘아 올린 ‘다트(DART) 우주선’이 오는 27일 오전(한국 시각) 목표 소행성인 디모르포스(Dimorphos)와 충돌한다. 우주선을 일부러 소행성에 충돌시키는 인류 첫 시도다. 다트는 소행성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지구를 지킨다는 취지로 시작된 ‘쌍(雙)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프로젝트를 뜻한다.
지구에서 약 1100만㎞ 떨어진 곳에 있는 디모르포스(지름 약 163m)는 다른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지름 약 780m)의 주위를 11.9시간 주기로 돌고 있다. 나사(NASA)가 프로젝트명을 ‘다트’로 정한 배경이다. 다트 우주선의 무게는 620㎏이고, 초속 6.6㎞(시속 2만4000㎞)로 충돌시켜 디모르포스의 궤도에 영향을 줄 계획이다. 과학계에서는 3억3000만달러(약 4600억원)가 투입된 다트 우주선 충돌 실험으로 디모르포스의 공전 궤도에 약 1% 정도 영향을 끼쳐 공전 시간이 몇 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트와 소행성 충돌은 이탈리아 큐브샛(초소형 위성) ‘리치아큐브’가 촬영한다.
이번 실험 결과는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의 궤도 변경 연구 등에 쓴다. 예컨대 1999년 발견된 ‘101955베누(Bennu)’처럼 지구에 위협적인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데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베누는 평균 지름이 490m인 소행성으로 2178~2290년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1800분의 1로 예측되기도 했다. NASA는 소행성 충돌에 대비해 8t 규모의 우주선 ‘해머(HAMMER)’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소행성에 충돌시킬 우주선들을 미리 개발해 놓고 비상시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