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매년 10월 인류 문명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노벨상을 선정한다. 노벨상 선정 한 달 전인 9월에는 괴짜들을 위한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다. 바로 ‘이그(Ig) 노벨상’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사람들을 웃게 한 이들에게 상이 돌아간다.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과학잡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15일(현지 시각) 제32회 이그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그 노벨상은 1991년부터 물리학상, 생물학상, 의학상, 공학상, 경제학상 등 10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손잡이를 돌리는 최적의 방법은
올해에도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국 웨스트체스터대 연구진은 오리 가족이 한 줄로 헤엄치는 이유를 밝혀 물리학상을 받았다. 연구진이 어미 오리와 새끼 오리가 물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관찰한 결과 한 줄로 늘어섰을 때 새끼 오리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가장 마지막에 있는 새끼 오리가 큰 이득을 봤다. 공학상은 손잡이를 돌리는 최적의 방법을 찾은 일본 지바공대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 32명이 다양한 크기의 47개 손잡이를 돌리는 영상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손잡이의 지름이 1㎝보다 크면 손가락 세 개가, 2.5㎝면 네 개, 5㎝ 이상이면 다섯 손가락이 모두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전공학상은 사슴과인 무스 더미(dummy)를 개발한 스웨덴 과학자 마그누스 장이 받았다. 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야생동물인 무스와 자동차의 충돌이 빈번하다. 그가 2001년 석사 논문에서 제안한 더미는 수많은 자동차 충돌실험에 사용됐고, 도로 안전을 개선한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생물학상을 받은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은 전갈의 짝짓기에 변비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전갈은 포식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신체 일부를 잘라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관과 항문을 포함해 몸의 25%를 잃는다. 이때 변비가 생긴다. 연구진은 “변비에 걸린 수컷은 운동능력이 떨어져 짝짓기에 방해될 수 있지만, 변비로 죽음에 이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짝을 찾아 번식할 수 있다”고 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대 연구진은 항암제의 부작용에 아이스크림이 도움 된다는 연구로 의학상을 받았다. 구강점막염은 항암제인 ‘멜팔란’을 썼을 때 나타나는 주요 부작용 중 하나다. 항암제 치료를 받은 74명의 환자 가운데 52명에게 아이스크림을 줬다. 아이스크림을 먹은 환자 그룹 가운데 15명(29%)이, 먹지 않은 환자 중 13명(59%)에 구강점막염이 발생했다. 응용심장학상은 첫 만남에서 서로 끌릴 때 심장박동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진이 받았다.
◇성공은 재능이 아닌 운이다?
과학·공학·의학 분야 외에 인문사회계에서도 재밌는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연구진은 법률 문서가 어려운 이유를 분석해 문학상을 받았다. 연구진은 법률의 복잡한 개념 때문이 아니라 어렵게 쓰인 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문장을 나눠 쓰지 않고 여러 문장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문제다”고 했다. 경제학상은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진이 받았다. 연구진은 성공한 사람들은 재능보다는 운이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앞서 연구진은 2010년에 무작위로 사람들을 승진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로 이그 노벨상을 받은 적이 있다.
네덜란드 왕립약학회는 고대 마야인의 그릇에 그려진 그림을 분석해 미술사상을 받았다. 그릇에는 제식 장면이 나와 있는데, 이때 알코올이나 환각제로 관장(灌腸)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과학원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은 거짓말을 할 때와 진실을 말할 때를 알 수 있도록 돕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평화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