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는 지난 2012년 희소 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헌터증후군은 처음 발견한 캐나다 의사 헌터의 이름에서 유래한 희소 유전 질환이다. 환자들은 앞이마가 돌출하는 등의 기형을 겪다가 30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 GC녹십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기 전에는 이 치료제의 가격이 1회 주사액(3mL) 기준으로 300만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런 독점 체제가 GC녹십자의 헌터증후군 치료제(헌터라제) 출시로 사라졌다. 환자들의 새로운 선택권을 제공해 치료 여건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헌터라제는 최근 중국(IV제형)과 일본(ICV제형)에서 잇따라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 희소 의약품 성공 경험을 토대로 제2, 제3의 헌터라제를 개발해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희소 질환 ‘헌터증후군’ 치료제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GC녹십자는 희귀 의약품 분야의 최초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GC녹십자는 “글로벌 희귀 의약품 성공 경험을 토대로 제2, 제3의 헌터라제를 개발해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GC녹십자 제공

◇희소 질환 파이프라인 확대…글로벌 산학 협력 추진

GC녹십자는 미국·일본의 산학(産學)과 희소 질환 관련 계약을 총 3건 맺었다. 지난 2월 GC녹십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라질 증후군(ALGS)을 적응증으로 ‘마라릭시뱃(Maralixibat)’의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알라질 증후군은 간의 담도(膽道) 수가 현저히 감소해 담즙이 정체되는 희소 질환이다. GC녹십자가 지난해 7월 국내 개발 및 상용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마라릭시뱃’은 미국 미럼 파마슈티컬스의 소아 희소 간 질환 신약이다. 마라릭시뱃은 알라질 증후군(ALGS),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답즙 정체증(PFIC), 담도 폐쇄증(BA) 등 희소 질환을 대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절차와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ALGS에 대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스페라젠과는 숙신알데히드 탈수소 효소 결핍증(SSADHD)에 대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는 최초 신약)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 SADHD는 유전자 결함에 따른 체내 효소 부족으로 발병하는 희소 질환으로 뇌전증 및 운동 능력∙지적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GC녹십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스페라젠에서 SSADHD 단백질 생산 관련 특허 권리를 받고, 스페라젠은 미국 현지에서 FDA의 맞춤형 약물 개발 회의 절차, 새 환자 확보를 위한 신생아 스크리닝(신생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 질환 조기 검진)을 맡는다.

또한 GC녹십자는 지난해 일본 돗토리대학교와 GM1 강글리오시드증의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 질환은 신경 퇴행과 발작, 근육 약화 등이 나타나고 일반적으로 6세 미만의 소아기에서 10만명당 1명꼴로 발병된다. 양측은 GM1 강글리오시드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규 후보 물질 발굴을 위해 협력한다. 임상 시험부터는 GC녹십자가 단독으로 진행해 글로벌 상업화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SSADHD와 GM1 강글리오시드증 모두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치료제가 아직 없다.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중국 첫 진출

GC녹십자는 지난해 8월 유전자 재조합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중국 상품명 녹인지)’의 중국 품목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혈우병 치료제가 중국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GC녹십자는 ‘그린진에프’의 중국 임상에서 주요 평가 지표를 모두 충족했다. 1차 평가 지표인 지혈 및 출혈 예방에서 치료제 주입 후 8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아진 환자가 80%에 달했고, 2차 지표(관절 출혈 빈도 등)에서도 94%가 개선됐다. 회사 측은 “헌터라제 승인을 계기로 중국 희귀 의약품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었다”고 했다.

◇성장 잠재력 높은 희소 질환 시장 공략

GC녹십자가 지속적으로 희귀 의약품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최초 신약(First-in-Class) 개발에 성공하면, 국가별 희귀 의약품 개발 지원책이 다양해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그만큼 후발 주자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FDA는 ‘세금 감면’, ‘허가 신청 비용 면제’, ‘동일 계열 제품 중 최초 시판 허가 승인 시 7년 독점권 부여’ 등 희귀 의약품의 신속 승인을 위한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최근 중국도 희소 질환 개발 특혜 제도를 도입해 시장이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희소 질환 전문 학술지(Orphanet journal of rare diseases)에 따르면, 희귀 의약품은 다른 치료제 임상 시험에 비해 약 30% 이상의 임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해외 시장 진출에 유리한 분야로 꼽힌다.

지난 2019년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는 백신, 혈액 제제(製劑)와 함께 희귀 의약품을 연구 개발(R&D) 3대 과제로 설정했다. 시장조사 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희귀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2.7% 성장해 2025년까지 184억달러(약 26조원)가 될 전망이다.

허은철 대표이사는 “희소 질환 영역은 약물 개발 속도 및 시장 성장성 등 여러 면에서 매력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RED(Research & Early Development) 본부’를 활용해 이 분야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