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만년 전 멸종한 인류의 사촌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최장 2900년 동안 공존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생 인류와 교류하며 서로 유전자가 섞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다. 과학자들이 고대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에 주목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현재 우리의 유전자 속에 일부 남아 질병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유전자 정보)을 해독한 스웨덴의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67)에게 돌아갔다.
◇현생 인류와 교류 가능성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보다 먼저 유라시아 대륙에 정착한 원시 인류지만 4만년 전 갑자기 멸종했다.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어떻게 멸종했으며 현생 인류와 어떻게 교류했는지 연구하고 있다.
네덜란드 레이던대 이고르 자코비치 박사 연구진은 “과거 1400~2900년 동안 프랑스와 스페인 북부에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공존했다”고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프랑스와 스페인 북부의 고대 유적지 17곳에서 발굴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유물 각 28개와 같은 지역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의 유해 표본 10개를 분석했다.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통해 추정한 결과, 네안데르탈인들의 유물은 4만4343~4만4248년에 등장했으며, 3만9894~3만9798년 전에 사라졌다. 현생인류는 4만2653~4만2269년 전에 처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1400~2900년 동안 공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코비치 박사는 “이 시기에 도구나 장신구 같은 물건을 제작하는 방식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유물이 현생인류가 만든 것과 닮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생 인류와 유전자 교류 가능성도 시사하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통증·코로나와도 관련
최근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현생 인류의 몸속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비아프리카인의 게놈 2%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로 조사됐다. 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재 인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와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네안데르탈인의 통증 관련 유전자를 분석했다. 영국인 게놈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36만2000명의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 찾은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통증 유전자(SCN94)는 아미노산 3개에 해당하는 부위가 현대인과 달랐다. 설문 조사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통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통증을 더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을 느끼는 문턱이 낮아 고통 신호를 더 많이 전달하기 때문이다.
또 연구진은 다른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코로나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코로나 증상이 심한 사람 약 2000명의 유전자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비교해 보니, 3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6개가 네안데르탈인과 관련이 있었다. 염색체에 있는 DNA 두 가닥에 해당 유전자가 모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코로나 증상이 세 배나 더 심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