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 후 비행접시를 뒤집어놓은 형태의 미확인 비행 물체(UFO)가 시속 3만㎞로 지구를 향해 낙하한다. SF(과학소설)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질 일이다. 다만 외계인의 UFO가 아니라 인류를 화성에 안전하게 착륙시킬 첫걸음이 될 초음속 ‘팽창식 감속기(Inflatable Decelerator)’ 실험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다음 달 1일 애틀러스 로켓에 팽창식 감속기를 실어 약 800㎞ 상공서 하강시키는 성능 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링 쌓기 놀이에서 형태 착안
팽창식 감속기는 우주선 안에 접혀있던 방열판이 대기권 재진입을 앞두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속도를 대폭 줄이는 장치다.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우주 낙하산인 셈이다. 이번 실험에서 팽창식 감속기는 시속 3만㎞에 이르는 낙하 속도를 시속 98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활짝 펼쳐진 감속기는 비행접시를 뒤집어놓은 듯 팽이처럼 생겼다. 내부는 여러 링을 겹겹이 쌓아 올린 모양새다. 이런 형태는 NASA가 어린이들의 링 쌓기 놀이에 착안했다는 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설명이다.
미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서 시작될 이번 실험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발사 69분 후에 팽창식 감속기가 작동을 시작하고, 그때부터 37분 후에 대기 재진입 감속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발사 125분 후엔 태평양으로 내려앉는다. 감속기 내부에 실린 기기와 별도 통신 위성이 실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대기 희박한 화성 착륙에 필수
팽창식 감속기의 목표는 화성처럼 중력이 작은 행성에 무거운 우주선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화성의 지표 부근 대기압은 약 0.006기압으로 지구의 약 0.75%에 불과하다. 대기가 희박하면 착륙할 때 저항이 작아 속도를 줄이기 어렵다. 화성 착륙이 지구보다 훨씬 어려운 이유다. 역추진 로켓으로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 있지만, 이를 위해선 연료 등이 더 필요해 착륙선이 더 무거워지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개발한 게 팽창식 감속기다. 활짝 펼친 감속기가 대기 저항을 더 받으면서 운동에너지는 열에너지로 전환되며 속도가 줄어든다. 열을 견디기 위해 팽창식 감속기는 섭씨 1600도를 견딜 수 있는 합성 섬유로 제작됐다. 이는 강철보다 15배나 강한 특수 소재라고 NASA는 밝혔다.
◇”우주 탑재체 수송의 혁명 될 것”
NASA는 인류를 화성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로 팽창식 감속기를 꼽고 있다. 유인우주선을 화성에 안착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형 로봇 등 각종 탑재체를 보낼 때에도 마찬가지다. 과학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지구로 무거운 물체를 보낼 때도 팽창식 감속기가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구 저궤도 수송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지구로 돌아올 때 바다에 빠져도 팽창식 감속기가 내부 탑재체를 보호한다는 장점이 있다. 로켓 엔진 회수가 수월해져 재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NASA가 현재는 지름 6m로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하지만, 앞으로 이보다 큰 규모로 확대 개발할 전망이다. NASA는 지름을 12m로 키우면 발사체 회수 등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ASA는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 탑재체를 보내는 데 팽창식 감속기가 혁명 같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