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배양한 뇌 신경세포에 자극을 줘 ‘퐁(PONG)’ 게임을 하게 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게임 역사상 최초의 비디오게임으로 꼽히는 퐁은 화면 좌우 끝에서 긴 막대기(채)를 위아래로 움직여 공을 받아치는 방식으로 탁구와 비슷하다.
호주 멜버른대·모내시대·코르티컬 랩스 등 공동 연구진이 최근 국제 학술지 ‘뉴런’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인간 줄기세포와 쥐의 배아에서 추출한 뇌 신경세포(뉴런)를 다중 전극판 위에서 배양했다. 전기 신호로 공의 위치 정보 등을 뉴런에 전달하는 자극을 가했고, 이에 대한 뉴런의 반응 신호로는 막대기 채를 움직이도록 하는 식으로 퐁 게임과 연동했다.
뉴런의 신호에 따라 움직인 막대기가 공을 놓치면 뉴런에 불규칙적 신호를 가했다. 공을 받아치지 못했을 때 불편한 자극을 준 것이다. 보상과 처벌의 피드백으로 퐁 게임을 하는 법을 가르치려 한 셈이다.
연구진은 뇌세포가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5분 만에 공을 제대로 받아치며 랠리를 할 정도로 퐁 게임에 적응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에 투입된 뉴런은 80만개다. 연구진은 뉴런이 감각적 자극에 반응한 것이지 의식에 이르는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이번 실험은 약물과 알코올이 뇌세포에 끼치는 영향 등을 확인하는 데도 응용되고 있다.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신경 질환의 신약 개발 등으로 연구 활용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뉴런에 적절한 피드백이 가면 목표 지향적 학습이 가능함을 이번 연구 결과가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