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북 울진에 위치한 신한울 2호기 원자력발전소. 높이 76.66m, 너비 45.72m의 거대한 돔형 격납 건물 가운데 연료 장전 전의 원자로가 있었고, 터빈과 사용후핵연료저장조 같은 원전 내 주요 시설이 모두 건설돼 마지막 점검이 한창이었다. 유영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박사는 “신한울 2호기는 운영허가 전 안전 검사도 모두 마쳤다”며 “핵연료만 장전하면 운전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신한울 2호기는 작년부터 시운전에 들어간 바로 옆 신한울 1호기의 쌍둥이 원전이다. 두 원전은 상업가동을 앞둔 최신 원전이다. 원안위는 지난 4일 신한울 2호기의 운영허가 심사에 돌입했고, 처음으로 언론에 그 내부를 공개했다. 연내 상업가동이 유력한 1호기에 이어 2호기도 내년 이후 상업가동에 들어가면 국내 27·28번째 원전이 된다. 권맹섭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신한울1발전소장은 “내년 초까지 신한울 2호기의 운영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주요시설 완공, 운영허가 절차만 남겨… “신한울 1호보다 허가 속도 빠를 것”
신한울 1·2호기는 발전용량 1400㎿(메가와트)의 한국형 원전 APR1400이다. 우리나라 주력 원전모델인 OPR1000을 발전시킨 원전이다. 기존 발전용량을 1000㎿에서 1400㎿로 키우고, 설계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늘린 것이다. 2006년 새울 1·2호기를 시작으로 국내 총 8기에 적용될 원전 모델이다. APR1400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됐으며, 이번 폴란드에 수출하려는 원전도 APR1400이다.
신한울 1·2호기는 2011년 원안위로부터 건설허가를 받고 2012년 4월부터 건설에 들어갔다. 원전은 통상 한 번에 2호기씩 건설한다. 지난 9월 기준 이들 두 원전의 공정률은 99.13%로, 사실상 다 지어진 상태다. 쌍둥이 원전 중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7월 운영허가를 받아 현재 시운전 중이다. 시운전 중 마지막 검사가 끝나면 올해 안에 상업운전에 들어갈 것으로 원자력업계는 예상한다.
신한울 2호기도 지난 4일부터 원안위가 운영허가 심·검사결과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학자들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의 기술 검토가 끝나면 운영허가 안건이 원안위 전체 회의에 올라가고, 심의를 거쳐 최종 운영허가를 받게 된다. 원안위 관계자는 “같은 기술이 적용된 1호기의 허가 경험이 있기 때문에 2호기 운영허가 속도는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두뇌’ 국산화 성공
신한울 1·2호기는 안전성을 크게 강화했다. 우선 사용후핵연료저장조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더 안전하게 만들어졌다. 철근 콘트리트 구조물인 저장조는 벽체 두께가 2.1m에 달한다.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냉각펌프 고장에 대비해 외부에서 냉각수를 직접 주입할 수 있는 설비도 만들었다. 전력공급이 차단되더라도 이동형 펌프로 사용후핵연료를 냉각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는 건설 과정부터 운영허가 후 시운전까지 안전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정아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경험을 토대로 신한울 2호기 운영허가도 철저하고 꼼꼼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울 1·2호기는 부품과 기술 국산화에서도 진일보했다. 이날 함께 둘러본 신한울 1호기 주제어실(MCR)에서는 5명의 운전원이 시운전 상황을 점검 중이었다. 신한울 원전은 주제어실에서 쓰이는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을 국산화했다. MMIS는 각종 기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운전·제어할 수 있어 원전의 두뇌 격이다. 기존 발전소에 사용하던 아날로그 방식 제어를 컴퓨터로 전환했고 종이가 필요했던 각종 절차도 전산화했다. 만약 컴퓨터가 고장 나면 스위치로 주요 설비를 제어할 수 있는 ‘안전제어반’도 설치했다. 컴퓨터와 안전제어반 모두 고장 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추가 스위치도 장착했다. 운전원들은 3교대로 24시간 원전을 지킨다. KINS 유영진 박사는 “위험이 발생할 염려는 적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그 상황에서도 안전할 수 있도록 원전이 설계됐다”고 했다. 원자로 노심에서 발생한 열을 순환시켜 열을 제거하는 원자로냉각재 펌프도 신한울 원전에서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공급은 두산중공업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