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야 40년!” 어느 보험회사의 광고 카피 문구다.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60세 정도로 보이는 환자의 아들에게 의사가 해주는 말이었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수명은 점차 길어져 이제는 기대수명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인데 2025년에는 20%, 2060년에는 4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고령화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지 수명만 늘어나는 것이 더 이상 반갑지만은 않다. 수명은 늘어났지만, 우리 신체의 노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바야흐로 유병장수의 시대다.
통계청의 ‘2021 고령자 통계’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4.3%였다. 고령자 4명 중 3명은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전체적으로 퇴화하게 되는 것이 노화이다. 고령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제는 노화로 장기(臟器)가 기능을 잃어가는 비율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생체재료는 인체에 삽입하는 의료장치, 손상된 장기나 조직을 대신하기 위한 인공장기에 사용하는 재료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생체재료는 치과용 임플란트라고 할 수 있다. 치과용 임플란트는 치아가 결손된 부위에 생체용 금속으로 만든 인공치근을 이식해 본래 갖고 있던 치아와 같은 기능을 하도록 하는 의료기기다.
눈과 관련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는 백내장은 사물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이 있다. 약물로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이 경우에 사용하는 인공수정체 역시 대표적인 생체소재라고 할 수 있다. 뼈와 뼈 사이의 연골이 닳아서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인공관절을 이용하기도 하고, 연골의 재생을 위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도 한다. 뼈를 부위별로 다른 강도로 맞춤형으로 재생시키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한 부위에서부터 물렁한 부위까지 생체재료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생체재료의 역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기원후 100~200년경 로마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시체에서 철로 만들어진 치아가 발견됐고, 그보다 훨씬 과거인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조개껍데기를 치아 대용으로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지금 가장 널리 사용되는 생체용 금속인 티타늄은 1950년대 이미 골접합용 소재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65년에 최초로 환자의 치조골에 이식됐다.
이처럼 생체재료가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된 역사가 짧진 않지만, 지금의 생체재료를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식에 따른 면역거부 반응,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퇴화되는 등 생체재료의 한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변 조직의 재생치유를 돕는 소재,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새로운 기능성을 가지는 소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환자맞춤형 의료기기를 제작하기 위한 3D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공정기법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노화는 불가역적 현상이 아니라 진단·예방·치료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도 생체재료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를 여는 열쇠로 생체재료의 기술적 발전이 꼽히는 이유다. 3D프린팅으로 만든 인공심장으로 치유된 심장병 환자가 100세의 나이에도 42.195㎞를 완주하는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