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공격 의도를 갖고 조개껍데기나 모래 진흙 등을 뿜어내며 상대에게 던지는 듯한 행동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LOS ONE

문어가 육상동물처럼 상대를 겨냥해 조개껍데기나 진흙을 던진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특히 암컷이 짝짓기하려고 덤벼드는 수컷에게 던지는 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시드니대와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 등 공동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문어가 조개껍데기와 진흙 등을 모은 뒤 수관(水管)의 방향을 돌려 물과 함께 강하게 상대를 향해 발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런 행동을 ‘던지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우리가 말하는 문어 다리를 영미권에서는 팔(arm)로 부른다. 연구진은 사람이 팔을 쭉 뻗어 공을 던지듯 문어가 팔을 뻗어 조개껍데기 등을 던지는 것을 문어 집단 서식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통해 관찰했다. 총 20시간이 넘는 영상에서 던지는 행동이 102번 관찰됐다. 이 가운데 53번은 다른 문어와 싸우거나 짝짓기하는 등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또 17번은 실제로 상대 문어를 맞힌 것으로 나타났다.

문어는 공격성을 띨 때 어둡게 변하는데, 어두워졌을 때 던지는 강도도 더 센 것으로 조사됐다. 어떤 문어는 다른 문어가 던지는 물체에 맞지 않으려고 다리를 들거나 몸을 숙이는 행동을 했다.

연구진은 “상대를 겨냥해 던지는 것은 동물 세계에서 드문 일”이라며 “문어가 육상에서 사회적 활동을 하는 포유류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어가 다른 무척추동물보다 지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문어의 지능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은 문어가 먹이를 잡을 때 다리 여덟 개 중 왼쪽과 오른쪽의 각각 둘째 다리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먹잇감에 따라 사냥 전략도 달랐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문어의 사냥 전략을 확인했다. 느리게 움직이는 게를 잡을 땐 그물을 던지듯 순간적으로 덮치거나 쫓아가 사로잡는 방법을 썼다. 새우를 잡을 땐 그 앞에서 다리 하나를 살짝 흔들어 주의를 돌리고 덮치는 방식을 썼다.

문어가 이처럼 척추동물과 맞먹는 지능을 보이는 것은 사람처럼 유전자를 조절하는 마이크로RNA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독일 막스 델브뤼크 분자의학연구소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문어가 다른 무척추동물에 비해 마이크로RNA를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기능을 좌우하는 마이크로RNA가 많으면 더 다양한 신경세포를 만든다. 연구진은 “문어의 뇌 발달 과정에 마이크로RNA가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