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성 앞에서 지나치게 기사도(騎士道)를 뽐내거나 객기(客氣)를 부리는 남성이 있다면, 기생충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일이다.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되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일종) 분비가 늘어 대담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몬태나대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늑대가 우두머리가 될 확률이 일반 늑대보다 46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1995~2021년 옐로스톤의 늑대 229마리의 무리 생활과 이동 경로, 혈액 샘플 등을 심층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일반 늑대보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늑대가 가족 등 기존 집단을 떠나 새로운 무리를 꾸릴 확률이 11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늑대가 다른 늑대보다 무리의 리더가 될 확률이 46배 높다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밝혀냈다.
연구진은 기존 무리를 떠나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이 톡소포자충 영향으로 증가한 테스토스테론, 도파민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봤다. 이는 생식 욕구와도 관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앞서 2011년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은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수컷 쥐의 성적 매력이 강화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밖에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가 고양이를 두려워하지 않거나, 같은 기생충에 감염된 하이에나가 사자에게 다가가는 무모한 행동을 했다는 연구 결과 등도 있다. 이처럼 톡소포자충은 숙주를 조종하는 특성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 기생충으로도 불린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인간의 약 3분의 1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번 옐로스톤의 늑대 연구를 인간과는 무관한 결과로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