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환 본부장./항우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성공을 이끈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조직 개편에 반발하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고 본부장과 함께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부장 5명도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15일 항우연에 따르면, 고 본부장은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과기정통부에서 임명한다. 고 본부장은 사퇴서에서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며 “산적한 국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누리호 주역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항우연이 발표한 지난 12일 조직 개편안 때문이다. 기존 250여명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에는 5개 부서가 있고, 그 아래 15개의 팀이 있었다. 항우연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했다. 발사체연구소 산하에 2실, 6부, 2사업단이 갖춰졌다. 조직 외관상으로는 팀이 모두 없어진 것이다. 대신 인사권은 없는 임무 리더(TL·Task Leader)라는 직책이 기존 팀장 역할을 대신한다. 팀이라는 장벽이 없어지며 TL 아래의 구성원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사업에 배치될 예정이다. 개편안은 내년 1월1일 자로 시행된다.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6월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 임무통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2.6.21/뉴스1

항우연 측은 미래 발사체 개발을 위해 필요한 조직 개편이라는 입장이다. 항우연은 누리호 개발 이후 누리호 신뢰성 확보를 위한 반복발사와 누리호 개량에 나설 계획이다. 앞으로 많은 국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력을 새로운 조직을 통해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상률 원장은 “누리호뿐 아니라 앞으로 항우연은 중요한 여러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항우연 내 위성연구소와 항공연구소는 팀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 항우연 내부에서도 “당장 변화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시행 후 지켜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