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하면서 이제 각 분야에서 인간과 AI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체스와 바둑에선 인류 최고수들이 AI가 남긴 기보를 분석하며 전략과 묘수를 배우는 처지이고, 협상과 속임수가 필요한 전략 게임 영역에서도 AI는 인간을 추월하고 있다.

세계 체스계는 지난 10월 천재 체스 그랜드마스터로 꼽히는 한스 니먼의 부정행위가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됐다. 한스 니먼의 부정행위는 ‘AI가 체스를 두는 프로그램’을 몰래 켜두고, AI가 두는 대로 따라서 말을 움직였던 것이다. 한스 니먼은 100여 건의 온라인 경기에서 이러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 컴퓨터가 인간 최고수를 꺾은 뒤, 이젠 인간이 AI를 따라 두게 된 것이다.

바둑으로 이세돌과 커제를 꺾은 구글의 알파고는 ‘알파스타’라는 업데이트된 이름으로 2019년 인간 프로게이머와 PC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로 대결을 했다. 인간이 한 판, AI가 10판을 이겼다. 알파스타는 14일 동안 약 100년치 스타크래프트 게임 방법을 학습했다고 한다.

메타(페이스북)의 인공지능 키케로는 채팅 대화를 통해 협조를 얻어내거나 속이는 외교 전략 게임 ‘디플로머시(Diplomacy)’에서 올해 상위 10% 안에 드는 성과를 냈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딥내시도 전략 보드 게임 ‘스트래티고(Stratego)’에서 올해 온라인 게임 리그 승률 84%를 기록하며 세계 랭킹 3위에 올랐다.

과학 분야에서도 AI는 어떤 과학자도 하지 못한 성과들을 내고 있다.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AI인 ‘알파폴드(AlphaFold)’는 지난 7월 단백질 2억여 개 입체 구조를 예측한 데이터를 공개해 생명과학 분야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알파폴드가 나오기 전까지 인류가 구조를 파악한 단백질은 20만개가 채 안 됐다. 알파폴드는 기존에 밝혀진 단백질 구조 관련 데이터를 학습해 아미노산 간 거리와 화학 결합의 각도, 에너지 효율성 같은 방대한 데이터를 계산했고, 이를 통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해 빠르고 정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AI 화가는 유명 화가 스타일로 정교하게 그려낼 뿐 아니라 사람이 추상적인 명령을 내려도 그림을 그려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9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미술박람회에서는 AI를 이용해 그린 그림이 인간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제치고 우승했다. AI가 그렸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출품해 심사위원들도 감쪽같이 속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