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성공시킨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본부장과 부장 5명이 최근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항우연이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은 항우연이 우주 발사체를 담당하는 조직에서 기존 팀 체제를 없애는 조직 개편에 나서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12일 발표된 조직 개편안입니다. 250여 명이 속한 기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에는 5개 부가 있고 그 아래 15개의 팀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항우연은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해 그 아래 2실, 6부, 2사업단을 두고 기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발사체연구소의 하부 조직으로 뒀습니다. 또 발사체개발사업본부 아래 팀들이 사라지고 본부장 한 명과 사무국 행정요원 5명만 남게 됐습니다. 팀원들은 역할에 맞춰 발사체연구소 아래 각 부서와 단으로 배치될 예정입니다. 개편안은 내년 1월 1일 자로 시행됩니다.
누리호 성공 주역들은 이 같은 조직 개편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누리호 발사를 총괄한 고정환 본부장은 “발사체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한 것”이라며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돼 국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발사체 제작이라는 국가 대형 사업에서 한 연구자가 여러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고 본부장은 신설된 발사체연구소장직 제안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항우연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항우연 측은 그러면서도 “팀이라는 장벽을 없애 구성원들이 필요에 따라 여러 사업에 배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이상률 원장은 “누리호뿐 아니라 앞으로 항우연은 중요한 여러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항우연은 누리호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복 발사와 누리호 개량 사업을 하고, 앞으로 더 많은 발사체 개발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우주 사업은 전 국가적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 사업입니다. 더구나 한국의 우주 개발은 올해 누리호와 달 탐사선 다누리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우주 선진국으로 도약할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내부 갈등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를 놓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