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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3세대 치료제’로 불리는 디지털 치료제 지원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정부 차원의 육성과 지원을 추진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뇌융합 기술’의 정의와 정부 지원 규정 등을 법안에 담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하면 인체에 칩을 심어 감시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고, 코로나 백신처럼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반대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이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 치료제는 다른 의약품보다 개발 기간이 짧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고,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며 “기존 의약품의 효과를 보조하거나 강화해 환자의 치료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는 먹는 알약이나 주사 대신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나 게임, VR(가상현실), 챗봇 등을 활용하며 기존 의약품처럼 임상 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내년 상반기에 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불면증 개선을 위한 디지털 치료 기기, 인공지능(AI)으로 뇌경색 진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 등 총 3개 제품을 혁신의료기기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는 국내에서 확증 임상을 거쳤고 품목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허가가 나오면 국내 최초 디지털 치료제로 불리게 된다. 제약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제약회사, 게임회사 등의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약회사가 불안장애 디지털 치료제 개발 회사에 투자해 판매에 관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거나, 디지털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는 등 손을 맞잡고 다른 회사들과 경쟁하는 식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확증 임상을 승인받은 곳은 8개 기업으로 앞으로 임상 완료 후 품목 허가 신청 등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불면증 환자 표준치료인 인지행동치료법을 휴대폰 앱에 구현한 것으로, 환자의 수면 상태와 환경 등을 평가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만성 폐쇄성폐질환 환자 재활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가상현실을 활용해 시야 장애 개선을 꾀하는 디지털 치료제 등이 임상을 거친 상태다.

◇중독 치료에서 신경 질환, 재활 치료로 확대

해외에서는 불면증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편두통, 금연, 알츠하이머, 뇌졸중, 근골격계 통증, 비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상용화되고 있다.

2017년 FDA(미 식품의약국)가 디지털 치료제를 처음으로 허가한 미국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꼽히는 페어세러퓨틱스의 중독 치료용 앱 ‘리셋(reSET)’은 알코올이나 약물중독 환자에게 의사가 앱을 처방하면, 환자가 앱을 내려받아 약물 사용 여부 등을 입력하고 앱을 통해 충동을 조절하는 법 등을 익히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비슷한 치료 방식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중독을 치료하는 앱과 불면증 치료 앱을 개발해 FDA의 허가를 받았다.

2020년에는 아킬리인터랙티브랩의 게임 ‘인데버알엑스(EndeavorRx)’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게임이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이에 따라 8~12세 ADHD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 게임이 치료제로 처방됐다. 글로벌 시장의 디지털 치료제는 신경 퇴행성 질환, 재활 및 물리치료, 종양 치료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연평균 20% 성장 추세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내놓은 디지털 치료제 산업 동향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분석기관은 올해 38억3000만달러(약 5조원) 규모인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2030년에는 173억4000만달러(약 22조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평균 성장률이 20.5%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치료제 특허출원 건수도 2017년 13건에서 2021년 78건이 돼 6배로 늘었다. 현재는 미국이 글로벌 시장의 40%가 넘는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성장률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만성 질환, 노인 인구 증가가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요인”이라며 “제약회사는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고급 디지털 기술을 가진 곳과 협업을 통해 디지털과 제약 기술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