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인공지능(AI)의 활약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가 꼽은 올해의 주요 과학 성과에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우주 탄생의 비밀이 풀릴 수 있다는 기대와, 인간을 뛰어넘는 AI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이언스는 해마다 12월 중순에 ‘올해의 10대 과학 성과’를 선정한다. 같은 날 네이처도 ‘올해의 10대 뉴스’를 발표한다.
◇130억년 전 우주 신비 풀어줄 ‘인류의 눈’
이번에 사이언스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제임스웹)을 올해 과학계를 뒤흔든 최고의 성과로 꼽았다. 연구·개발에 25년간 100억달러(약 12조원) 이상 투입된 제임스웹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우주를 향해 떠났고, 올해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곳에서 본격적인 관측 활동을 벌였다. 지구와 달 사이(38만5000㎞)보다 약 4배 먼 거리에서 제임스웹이 포착한 장면들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공개한 제임스웹의 첫 관측 사진은 지구로부터 약 46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져 있는 은하단 ‘SMACS0723′ 사진이었다. 지난 9월에는 지구에서 385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외계행성(태양계 밖의 행성)을 높은 해상도로 담아내 “80㎞ 이상 멀리 있는 밝은 등대 옆에 있는 반딧불이 한 마리를 포착한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임스웹을 통해 130억년 이전 초기 우주 상태를 관측해 별의 형성과 진화를 밝혀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네이처도 천문학자를 들뜨게 한 제임스웹을 올해의 주요 뉴스로 선정했다.
◇인간 단숨에 뛰어넘은 AI의 단백질 구조 예측
네이처는 AI의 단백질 구조 예측도 올해의 뉴스로 주목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폴드(AlphaFold)’는 지난 7월 단백질 2억여 개 입체 구조를 예측한 데이터를 공개해 생명과학 분야에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에는 인류가 파악한 단백질 구조가 20만개가 채 안 됐는데, 이를 학습한 AI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해 단숨에 인간의 성과를 뛰어넘었다. 이는 다양한 신약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사이언스는 AI가 그린 작품이 미국의 한 미술대회에서 화가를 제치고 우승한 예를 들며, 인간의 창작 영역으로 여겨져온 예술 분야에서 창의력을 뽐내는 AI를 올해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다누리·아르테미스 등 달 탐사 열풍
우리나라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를 비롯한 ‘달 탐사 열기’도 네이처 선정 올해의 주요 뉴스에 포함됐다. 네이처는 지난 8월 발사 성공한 한국의 다누리, 50년 만에 유인(有人) 달 탐사를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등을 예로 들며 올해 달 탐사가 다시 유행했다고 전했다. 사이언스는 지난 9월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꾼 ‘다트(DART·쌍소행성 궤도 수정 실험) 프로젝트’를 주요 성과로 선정했다.
◇초거대 박테리아…”에베레스트산만 한 사람 만난 것”
길이 1㎝로 기존 박테리아(길이 0.0002㎝)보다 5000배나 큰 ‘초거대 박테리아’ 발견은 사이언스 선정 올해의 과학 성과로 꼽혔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우리가 에베레스트산만큼 커다란 인간을 만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밖에 사이언스는 다년생 벼, RSV(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 개발 임박, 다발성 경화증 원인 규명, IRA법(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유전자에 남은 흑사병 흔적, 200만년 전 DNA로 그린란드 생태계 복원을 추정한 것 등을 10대 성과로 선정했다. 네이처는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첫 수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숭이두창(엠폭스) 확산, 오미크론 변이, 기후변화 피해 보상 기금 조성 합의, 브라질·프랑스 등 각국 대선이 과학계에 끼친 영향,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 등을 10대 주요 뉴스로 꼽았다.